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0가구 이상을 일반분양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 물량을 30가구 미만으로 줄이려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반분양 30가구 미만으로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현대아파트’(현대맨손) 조합은 리모델링으로 증가하는 97개 가구를 30가구 미만으로 줄여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는 방법을 포함해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분담금을 더 많이 내더라도 가구 수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극단적으로 전용면적 100㎡ 가구를 전용 200㎡ 로 확장해 총가구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이촌현대아파트’는 기존 653가구를 수평 증축해 750가구로 늘리는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에 97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었다. 예정하고 있는 분양가는 3.3㎡당 4300만원대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하향 조정이 불기피할 전망이다. 다만 일반분양 가구를 대폭 줄일 경우 추가분담금이 늘어나 조합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촌현대아파트는 리모델링 추진으로 전용 83㎡ 기준 호가가 14억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다시 13억원대로 하락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 매수세가 끊겼다”고 말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은 단지는 속수무책이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송파구 문정시영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으로 증가하는 가구 수가 196가구에 달한다”며 “30가구 미만으로 줄일 수 없어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문정시영 아파트는 동별 증축 방식으로 총 1316가구에서 1512가구로 재조성되는 단지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서울 40곳, 경기 13곳 등 총 53곳이다.
◆“수익사업 아닌데”…리모델링 조합 반발
서울 리모델링 조합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달리 수익 추구형 사업이 아니다”며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조합은 다른 지역 조합과 연대해 반대입장을 적극 표명할 예정이다.
사업 추진 13년만에 안전진단을 마친 강동구 ‘둔촌 현대 1차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상한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둔촌 현대 1차’ 조합장은 “잠원동?도곡동 등의 리모델링 단지들과 함께 단체 항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에서 리모델링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둔촌현대 1차 조합은 총 498가구 아파트를 수평증축해 이르면 내년에 74가구를 일반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초기 단계인 조합도 동요하고 있다. 오는 11월 안전진단을 앞둔 한 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켜봐야겠만 실제 적용된다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을 재건축의 대안으로 봤지만 분양가 상한제 영향을 받아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며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굳이 리모델링 사업을 할 필요가 없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