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마세라티 기블리, 스포츠 세단의 정석

입력 2019-08-25 07:20
수정 2020-12-19 08:11


바야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시대다. 소비부터 투자까지 사람들은 가성비를 추구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저렴한 가격에 넓은 공간과 높은 연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가성비는 높은 효율을 제공하지만, 절대적인 성능과 품질에서는 적정한 타협점을 찾도록 만든다. 자동차 중량 대비 작고 출력이 낮은 엔진을 쓰고 최대 속도에 제한을 둔다. 편하고 경제적이지만 성능과 재미는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트렌드에 저항하는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의 스포츠 세단 기블리 S Q4를 시승했다. 3.0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이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59.2kg·m의 성능을 낸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7초다.

기블리 전면부는 한껏 치켜 올린 해드램프로 인해 다소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다만 보닛이 낮고 둥글어 귀엽다는 느낌도 들었다. 엔진룸이 상당히 길었는데, 승객룸에서도 앞이 길다는 느낌이 있었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특이했던 점은 실크로 처리된 시트와 팔걸이 등이었다. 기블리는 탑승자의 신체가 닿는 부위를 모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실크 소재로 마감했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급차에 쓰이는 가죽보다 피부에 더욱 쾌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럭셔리카 브랜드의 고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동을 걸자 마세라티 특유의 낮은 배기음이 들려왔다. 기블리는 I.C.E. 노말 스포츠 3개의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우선 전자 시스템이 최대한 개입하는 I.C.E. 모드로 주행했는데, 스포츠카라 하기엔 부족한 일반 세단의 느낌을 줬다.

노말 모드로 전환하자 차의 반응이 즉각 빨라졌고 실내에서도 잔잔하게 울리는 배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차량들이 제공하는 스포츠 모드보다 약간 더 공격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만, 큰 특징은 없었다.


기블리의 진가는 스포츠 모드에서 드러났다. 배기음이 커진 것은 물론, 페달이나 스티어링휠의 반응도 더욱 민첩해졌다. 저속에서는 조금만 밟아도 치고 나가는 탓에 차가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되레 고속주행에서는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패들시프트로 수동 변속도 제공하기에 전용 서킷에서 바로 뛰어도 아쉬울 것 없을 정도다. I.C.E. 모드와 비교하면 패밀리 세단이 스포츠카로 바뀌는 매우 극적인 변화였다. 차선유지보조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나무랄 데 없었다.

아쉬운 점도 남는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차 폭이 넓어 운전 난이도가 다소 높았다. 고속도로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일반 시내 주행에서는 사이드미러에 도로의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았다.

기블리의 전장은 4975mm, 전폭은 1945mm로 현대차 팰리세이드, 포드 익스플로러 등 대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폭이 비슷한데 차체는 더 낮으니 좁은 길을 지나거나 주차할 때 더 어렵다. 전방 카메라와 감지 센서가 있지만, 어라운드뷰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블리 S Q4의 공인연비는 동급 스포츠카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ℓ당 7.4km다. 시승 주행에서는 그보다 더 낮은 6.5km를 기록했다. 매력적인 배기음 탓에 스포츠 모드 주행이 많았다는 것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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