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전문점 블루보틀이 23일 서울시 강남구에 역삼점을 오픈했다. '느린 커피'라는 이미지가 강한 블루보틀이 바쁜 직장인들에게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문을 연 역삼점은 '커피와 함께 하는 도심 속 오아시스'라는 콘셉트를 표방했다. 매장 내부 기둥은 대나무로 제작했고 창 너머에도 대나무를 심어 마치 숲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테이블은 나무 기둥에 매달린 형태로 제작해 바닥에 닿지 않게 제작한 것이 특징이며 통유리창으로 스며드는 자연광은 밝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정은 도예가의 세라믹 조명과 양정모 작가의 의자도 소비자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등 매장 내부 곳곳에 '오아시스'라는 콘셉트가 충실히 반영했다.
블루보틀은 이미 국내에서 스페셜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만큼 역삼점에서도 엄선된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 에스프레소 음료 등 커피 메뉴를 제공한다. 게다가 소비자가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철학에 따라 역삼점에서도 콘센트와 와이파이는 제공되지 않는다.
역삼점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1호점 성수점, 2호점 삼청점에 이은 3호점으로, 서울 강남에 여는 첫 매장이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매장은 오피스 밀집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기존 두 매장보다 영업시간이 길다. 성수점, 삼청점은 각각 오전 8시,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하지만 역삼점은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8시 반까지 운영된다.
블루보틀 관계자는 "지역별로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시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특성에 맞춰 운영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블루보틀의 철학인 '느린 커피'와 속도가 중요한 바쁜 직장인들의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이외의 일반 커피는 다른 업체와 커피가 나오는 시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스타벅스 강남리저브점, 커피앳웍스 강남스퀘어점, 할리스커피 커피클럽 강남역점, 강남테헤란점, 역삼스타점 등 인근에서 운영되는 다른 브랜드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과의 경쟁에서 스페셜티로 승부를 본다는 방침이다.
국내 카페 시장 규모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국내외 브랜드는 프리미엄 콘셉트의 스페셜티 커피 매장을 늘리는 추세다. 블루보틀도 올해 안에 국내 매장 1곳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블루보틀 관계자는 "기존의 메인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커뮤니티를 구축해 소통하는 방식으로 강남점을 운영할 것"이라며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 매장을 오픈한 블루보틀은 차별화된 고품질의 커피와 고객 경험 제공을 바탕으로 국내 커피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상생의 문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블루보틀이 바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강남이라는 속도가 빠른 상권에서 오히려 여유로움을 제공한다는 것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주 52시간 시행으로 퇴근이 빨라진 직장인들이 찾아와 쉴 수도 있고, 강남이라는 상권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다양한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