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경제 침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수출과 설비 투자는 물론 민간소비도 부진하다.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며 경제 주체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우울한 지표가 쏟아지자 국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의 추가 하강을 막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투자·수출 지표 줄줄이 악화
기획재정부는 이달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지난 2분기 한국 경제에 대해 “생산이 완만하게 증가했지만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월호부터 5개월째 그린북에 ‘부진’이라는 단어를 넣었다. 다섯 달 연속 ‘부진’이라고 표현한 건 2005년 3월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경기의 현재 흐름을 나타내는 6월 경기동행지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예측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내렸다.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7월)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줄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각각 전달 대비 3.4%, 10.7% 쪼그라들었다.
수출 지표의 하향세도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상수지는 217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289억 달러)와 비교해 24.6%(71억3000만 달러) 줄었다. 반기 기준으로는 유럽발 재정위기 영향을 받던 2012년 상반기(96억5000만 달러) 후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이 모든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 상반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8% 줄어 금융위기 때인 2008년(-2.2%)보다도 감소폭이 컸다. 상반기 전(全)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올해 성장률, 금융위기 후 최악
경기 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올해 성장률도 예상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포인트 낮췄다. 성장률 2.2%가 현실화하면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0.8%) 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산업화에 나선 1960년대 이후로 비교 시점을 넓혀봐도 역대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높은 수준이라며 하반기 경기 상황에 따라 한은이 다음 경기전망 발표 시점인 11월엔 추가로 성장 전망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더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 상당수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2%에서 1.9%로 낮췄다. 모건스탠리와 노무라금융투자는 각각 1.8%로 전망했다. ING그룹은 이보다 훨씬 낮은 1.4%로 내다봤다.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 대응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1.75%에서 1.50%로 내린 직후 “경제 상황에 따라 대응할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며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이달 초에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관련, “필요하면 추가 (통화정책) 대응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인하 시점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이달 30일과 오는 10월 16일, 11월 29일 등 올해 세 차례만 남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10월 또는 11월에 내리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의 급랭 우려가 증폭하면서 그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제 활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단기적 처방 외에 규제 완화,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화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NIE 포인트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이 어떤지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그 원인도 함께 알아보자. 금리인하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려면 어떤 근본적 조치들이 필요한지 토론해 보자.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