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경매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진행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낙찰률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매에서 주목을 받는 건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입니다. 지난해 서울 및 주요도시에서 집값이 치솟으면서 '경매를 통해 집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에서 진행된 법원경매 건수는 총 1만2128건으로 2016년 5월(1만2132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주거시설은 전월 대비 13.5% 증가한 5623건으로 2014년 12월(6484건)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경매를 통해 싸게 내 집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권리분석입니다. 권리분석이 어느정도 해결됐다면, 다음의 과정은 임차인의 상태입니다. 임차인이 현재 경매의 조건에서 마음을 바꾸면 어떻게 될지도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불안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결혼 5년 차 맞벌이 부부입니다. 아직 전셋집에 살고 있지만, 올해초부터 내 집 마련을 계획을 세워뒀습니다. 종잣돈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보니 아파트를 싸게 매수할 수 있다는 경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A씨는 오는 9월 3일에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직장인 학교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경매에 참여할 생각으로 권리분석에 들어갔습니다.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가압류, 3순위 근저당권, 4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임차인은 보증금에 대해 배당요구를 한 상태였습니다. 이 얘기는 아파트가 보증금 이상으로만 매각되면,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는 없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A씨가 보기에는 현재의 조건은 좋은 상태지만, 혹시 임차인이 마음이 바꿔 배당요구를 철회할 수도 있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또한 임차인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가졌을 때, 매수인은 어떤 경우에 그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또 임차인은 언제 명도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부동산 법률방]
부동산 법률방의 고준석 교수입니다. 해당 경매물건과 관련, 임차인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고 있고, 배당요구까지 한 상태라면 안심되는 물건입니다. 동시에 A씨와 같이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분들은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철회하면 매수인이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나'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우선 용어가 어려우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임차인, 보통 전세로 들어오는 세입자의 경우 전입신고를 하게 되면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을 갖게 됩니다. 우선변제권은 혹시 집주인의 문제로 해당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시 경매 대금에서 자신의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임차인은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에 따르고, 위반되는 행위를 거절할 수 있는 대항력도 가지게 됩니다.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계약기간동안 거주하고,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퇴거를 미뤄도 됩니다.
A씨가 제시한 물건은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가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임차인이 마음을 바꿔 배당요구를 철회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철회하면, 매수인이 그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서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있습니다.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갑자기 배당요구를 철회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번 건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임차인은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에 이를 철회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민사집행법 제88조 참조). 참고로 경매절차는 ① 경매신청, ② 경매개시결정, ③ 배당요구종기, ④ 현황조사, ⑤ 매각기일, ⑥매각결정기일, ⑦ 대금납부기한, ⑧ 배당기일 순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매각기일 이전에 배당요구종기일이 먼저 정해집니다. A씨와 같은 매수인이 경매에 참여하는 매각기일에는 배당요구종기일이 이미 지난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철회할 수 없는 는 상태입니다.
A씨의 걱정은 지나친 기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임차인은 배당요구종기가 지나면 배당요구를 철회할 수 없습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파트가 보증금액 이상으로 매각되면 매수인이 부담해야 하는 보증금이 없어집니다. 안집하고 A씨는 경매에 참여해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여서 임차인의 배당과 관련, 다양한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임차인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었어도 이것이 무조건 매수인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배당 받아가면, 매수인은 보증금을 인수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첫째, 임차인이 보증금 전액을 배당 받는 경우입니다. 이때 조건은 임차인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선변제권을 선택해서 보증금 전액을 배당 받는 경우에는 매수인의 부담은 없어집니다. 배당절차에 따라 배당표가 확정됐다면, 매수인에게 대항해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배당표가 확정될 때가지는 임차권은 소멸되지 않으며, 임대차계약은 그대로 유지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3조의5 참조).
둘째, 임차인이 보증금 일부만 배당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조심해야 하는 사례입니다. 임차인이 보증금 일부만 배당 받을 경우에는 잔여 보증금에 대해서는 매수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당연히 임차인은 잔여 보증금을 돌려 받을 때까지는 그 임차주택을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얘깁니다. 게다가 임대차관계의 존속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96다53628 참조) 다만, 임차인은 배당 받은 보증금에 해당하는 부분의 임료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게 됩니다.(대법원 98다15545 참조).
답변=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정리=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