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자해적 조치'"

입력 2019-08-22 20:55
수정 2019-08-22 21:12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해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 관계 악화뿐만 아니라 안보 공백을 초래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까지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우려한 건 미국이 여러 차례 지소미아 파기를 반대하는 뜻을 내비쳐와서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의 신뢰에도 금이 갈 것이란 걱정의 목소리가 적잖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사진)는 “광복절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며 “‘한·일’도 문제지만 ‘한·미’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의 흐름을 보면 동북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선택은 미국의 방위선을 점점 더 한반도 밖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고 미국 역시 한·일 관계 개선을 중개할 동력을 잃었다”며 “일본의 강경파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를 파기함으로써 한국이 입게 될 타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소미아는 우리가 외교 지렛대로 쓸 수 있었지만 종료시킴으로써 그저 ‘화풀이’를 한 셈이 됐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여가면서 한·미·일 간 정보 교류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그걸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지소미아를 체결한 이유는 안보 국익을 위해서였다”며 “무엇이 국익인지 판단을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은 “미국은 이를 빌미로 더 노골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통’인 기무라 간(木村幹)고베대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 담았던 대일(對日) 유화 메시지는 무의미해졌다”며 “일본이 미국에 한국을 비난할 수 있도록 자초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안전보장 문제는 역사인식이나 경제와 따로 다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연결지은 건 큰 실책이라고 본다”며 “일본 정부 내의 강경파들은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을 대환영할 것”이라고도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