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서 출생하면 시민권?…'웃기는 일' 중단 심각하게 검토"

입력 2019-08-22 17:34
수정 2019-08-23 01: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에게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 제도 폐지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생시민권은 미국 헌법에 규정돼 있고 연방대법원도 인정하고 있어 실제 폐지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참전용사 단체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생시민권 폐지를 아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와 아기를 낳으면 ‘축하해요, 이제 아기는 미국 시민이네요’ 같은 상황이 된다”며 “우리는 출생시민권을 아주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고, (출생시민권은) 솔직히 웃기는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폐지를 추진하는 건 이른바 ‘원정출산자’나 일시 체류자의 자녀를 위해 세금을 쓰지 않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출생시민권 폐지를 공약했고 중간선거 직전인 지난해 10월에도 출생시민권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걸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출생시민권을 폐지하면 합법이든 불법이든 학업이나 취업·업무 목적 등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낳은 자녀나 원정출산자의 자녀는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자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출생시민권은 헌법상 권리로 인식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폐지하긴 어렵다. 미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해 미국의 사법권 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을 미국 시민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보수층에선 이 문구가 미국 시민과 합법적 영주권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미 연방대법원은 출생시민권을 인정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출생시민권 폐지를 강행하기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유권자를 결집하려 이 문제를 꺼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