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투자자산운용이 석탄가스화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한국전력과의 소송전에서 연거푸 패소했다. 키움운용은 한전의 석탄가스화 사업에 21억원을 투자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3일 키움운용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회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 발단은 한전의 석탄가스화 사업 자회사인 ‘켑코우데’에 키움운용이 21억원을 투자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전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석탄을 기체화해 천연가스와 전력을 얻는 석탄가스화 기술 도입을 추진했다. 2011년에는 우데(독일 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 자회사)와 합작해 켑코우데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 유가 등 화석연료 가격이 급락하면서 석탄가스화 사업 경제성이 크게 악화됐다. 켑코우데 역시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해 2013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켑코우데 살리기에 나선 한전은 2015년 8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키움운용 등 민간 투자자로부터 45억원가량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켑코우데는 이 돈으로 은행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 29일 한전은 돌연 켑코우데를 관리하는 석탄가스화 사업부를 폐지했다. 이듬해 6월에는 켑코우데를 휴면법인으로 지정해 사실상 폐업 의사를 공식화했다.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키움운용 등 민간 투자자들은 “한전이 애초에 석탄가스화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었음에도 민간 투자를 유치한 것은 사기 행위”라고 반발했다. 한전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작년 11월 1심 재판부는 “정부와 한전의 석탄가스화 사업 중단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판단을 제대로 못한 것은 키움운용 잘못”이라며 한전 측 손을 들어줬다. 이달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로 키움운용에 패소 판결했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