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일 홍콩 시위를 미중 무역협상과 연계할 뜻을 내비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미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미국은 사흘 연속 홍콩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중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같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시위가 끝난다면 무역 협상을 타결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협상이 진전되고 홍콩 시위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는 중국과 미국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에서 170만명이 참가한 시위 후 지난 18일 "그들(중국)이 폭력을 행사하면 (무역)합의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게 또 하나의 톈안먼 광장이 되면 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홍콩 시위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중국의 민감한 역사인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 사건까지 끄집어내며 경고한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역시 19일 "미국이 중국과 (무역)협상을 하게 하려면 중국은 1984년에 한 약속('일국양제'를 규정한 홍콩반환협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홍콩에서 폭력적인 일이 벌어지면 우리가 합의하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범죄자 인도법안 반대에서 시작된 반(反)중국 시위가 11주째 이어진 가운데 홍콩 시위는 무역 협상의 최대 위협요인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중국이 끝내 무력을 행사하면 미국은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홍콩 코앞의 광둥성 선전에 무장경찰을 집결시켜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이 대만에 80억달러어치의 전투기를 팔기로 한 것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새로운 요인이다. 이는 올해 앞서 22억달러의 무기를 팔기로 한 데 이은 추가 판매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사설에서 홍콩 문제에 대한 펜스의 위협을 겨냥해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경제적 압력이 통하지 않으니 홍콩 문제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66대의 F-16V 전투기를 대만에 팔기로 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이 모든 카드를 꺼내겠지만 중국은 굳건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는 전날 성명에서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 냉전 시대의 심리와 패권주의, 제로섬식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국가나 조직도 홍콩 반환협정을 구실로 홍콩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면서 "어떤 나라도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흥정의 카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중국이 영토 주권과 국가통일을 놓고 거래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말라"고 반박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다. 그들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그들은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에 주목한다"면서 "미국이 말한 대로 행하기를 바란다"고 응수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미국이 9월1일부터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재개 조치를 중단했다. 아울러 중국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선을 깨뜨리며 가파르게 하락하도록 용인하자 미국은 곧장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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