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마블 떠난 후…소니 "디즈니, 실망스럽지만 결정 존중"

입력 2019-08-21 16:35
수정 2019-08-21 16:36


스파이더맨 제작에 마블이 손을 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소니픽처스 측에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

20일(현지시각) 소니픽처스는 공식 SNS를 통해 "('스파이더맨' 제작과 관련해 마블이 손을 뗀다는) 대부분의 뉴스는 케빈 파이기에 대해 잘못 묘사했다"며 "우리는 실망스럽지만, 케빈 파이기가 '스파이더맨' 프로듀서를 하지 않겠다는 디즈니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디즈니의 결정이 바뀔 수 있길 희망한다"며 "케빈 파이기는 훌륭하고, 우리는 그의 지도와 도움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국 연예 매체 데드라인은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스파이더맨' 시리즈 제작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디즈니와 소니픽처스의 수익 분배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

디즈니는 지난 2009년 마블스튜디오를 40억 달러(한화 약 4조4000억 원)에 인수했다. '아이언맨'을 성공으로 신흥 히어로 제작 강자로 떠올랐던 마블은 디즈니 합류 후 어벤져스 시리즈를 내놓으며 세계적인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마블은 영화 제작을 시작하기 전 경영난으로 스파이더맨 영화 판권을 소니픽처스에게 팔았다. 이에 따라 소니픽처스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3편 선보였고, 2012년과 2014년엔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만들었다.

하지만 관객들과 평단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지 못한 가운데, 어벤져스 군단의 핵심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합류시키고 싶었던 마블 측과 소니픽처스가 극적으로 손을 잡고 2017년부터 톰 홀랜드 주연의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선보여져 왔다.

협상 내용은 '스파이더맨' 제작은 마블이 담당하고,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제작비를 부담하는 소니픽처스는 배급권과 극장 수익을 가져가는 조건이었다.

마블과 소니픽처스가 손잡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올해 선보여진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만 보더라도 1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는 소니 픽처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이다.

이에 디즈니 측에서 소니픽처스가 영화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계약 내용이 공평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영화 제작비 투자부터 수익까지 50%씩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한 재협상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소니픽처스가 이를 거절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소니픽처스는 '스파이더맨' 관련 캐릭터에 대한 판권도 갖고 있는 만큼 '베놈'을 비롯, '스파이더맨' 스핀오프 등을 통해 스파이더맨 자체 세계관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새롭게 시작됐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마블의 아이언맨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만큼, 소니픽처스가 마블의 세계관 없이 어떻게 이야기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 우려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