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자 미국 등 주요국이 경기 부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교역 감소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비해 감세를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약속해온 중산층 가구에 대한 ‘이르면 내년 10% 감세’ 등 여러 감세안을 백악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급여세(payroll tax: 근로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내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급여세 인하는 현시점에서 고려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도 “커들로 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미국인을 위한 추가 감세안은 분명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일부 양적완화와 함께 기준금리가 꽤 단기간에 최소 1%포인트 인하돼야 한다”고 19일 트위터에 썼다.
영국은 오는 10월 말 아무런 협상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감세 카드를 꺼냈다.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은 최근 BBC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를 대상으로 감세를 통한 세금 시스템 효율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리스 존슨 총리는 “소득세 최고세율 40%가 적용되는 기준점을 연소득 5만파운드(약 7300만원)에서 8만파운드(약 1억1700만원)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앞두고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도 함께 내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지난 3월부터 2조위안(약 344조원) 규모의 감세와 2조1500억위안(약 37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일부터는 대출금리체계 개편을 통해 사실상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대출우대금리(LPR) 제도를 바꾸고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연 4.25%로 고시했다. 이는 기존과 비교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19일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 500억유로(약 67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0.1%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24~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소득세 감세 등을 통한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스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현재 28%인 법인세율을 24%로 낮출 계획이다.
런던=강경민/뉴욕=김현석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