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2019년 5월 미국 최대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TV패션쇼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1995년부터 시작된 그들의 란제리 패션쇼는 2011년에는 1,200만 달러의 예산을 기록하기도 하며 24년간 패션계 최대 이벤트 중 하나로 여겨졌다. 소위 ‘엔젤’이라 부르는 완벽한 몸매를 가진 모델들이 심어주는 이 란제리환타지는 ‘여성보다는 남성 취향에 맞춘 언더웨어 브랜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여성 속옷 업계 1위, 미국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섹시한 란제리의 대명사로서의 아성을 쌓아왔다.
그러던 그들이 최근 1~2년 전부터 주가와 시장점유율의 큰 하락과 함께 50개 이상의 매장을 폐쇄하며 고전을 겪고 있다. 여성의 몸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보여주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편견을 갖지 말자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이나,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언더웨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 언더웨어는 섹시해 보여야 하거나 혹은 감춰져야 하는 은밀한 영역이라는 인식에서 점차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획일적인 미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을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는 이 긍정적인 움직임에 전세계 많은 여성들의 큰 공감을 보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체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언더웨어를 꼭 착용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 브래지어 사이로 습기가 차 번거로웠던 경험이나 몸에 꼭 죄는 브래지어로 답답함을 느껴본 경험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것. 또 ‘노브라패션’은 과장되게 가슴을 모아주는 대신, 자연스러운 보디실루엣을 만들어 짐짓 시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브래지어 착용이 개인의 자유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수 설리는 sns상의 잦은 노브라 차림의 사복 패션으로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으며, 가수 화사는 노브라 공항패션으로 큰 논란을 빚었다. 노브라는 과연 패션일까? 패션으로서의 노브라는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 걸까? 이런 저런 의구심을 느끼며 ‘탈브라’ 대열에 합류해 보고 싶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시도하기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스타들의 SNS속 현실 노브라 패션을 모아봤다.
#설리
개인 SNS에 노브라 사진 게재로 누리꾼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자극적 비난을 받아야 했던 설리. 아이돌 그룹 f(x)로 데뷔, 청순한 외모로 사랑 받던 그녀가 보여주는 행보에 누리꾼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JTBC 예능 ’악플의 밤’에서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도 계속 사진을 게재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편견을 없애는 계기가 되길 바랐고, 동시에 이게 ‘별거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도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브래지어 착용은 개인의 선택일 뿐 필수가 아니라는 ‘액세서리로서의 브래지어’에 대한 소신은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설리는 평소 그녀의 SNS속에서 섹시하다기 보다는 다소 캐주얼한 의상을 자주 선보인다. 주로 편한 면 티셔츠에 데님과 같은 소녀와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녀는 ‘Girls supporting girls’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기도 하며 꾸준한 개인적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킴 카다시안
노출 패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녀. 그녀의 SNS는 항상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과시한 사진들로 가득하다. 2018년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출시한 이모지(emoji)에 ‘나쁜 여자’, ‘내 몸은 나의 선택’, ‘풀타임 페미니스트’등의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평소 지나치게 성적인 이미지를 소비하는 그녀를 페미니스트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항상 의견이 갈린다.
또한 2019년 6월에는 9가지 피부톤과 다양한 사이즈를 갖춘 여성용 보정 속옷 브랜드를 출시했으나, ‘기모노’를 브랜드 네임으로 발표해 일본 전통 문화에 대한 이미지 훼손이라는 대중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여러모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그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누리는 요인 중 하나는 단연 그녀의 패션 감각이다. 그녀는 심플하지만 타이트한 의상으로 몸매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스타일을 자주 선보인다. 또 어두운 피부톤에 어울리는 카키나 그레이, 브라운을 선택해 세련미를 더하며 과한 장식을 배제해 과감한 노출 역시 시크해 보이게 연출했다.
#켄달 제너
카다시안 패밀리로서의 후광과 함께 14세에 모델로 데뷔, 2015년 빅토리아 시크릿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켄달 제너. 지난해 2018 기준 한화 약 257억 원의 수입을 기록하며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모델’ 인 그녀는 1억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자랑하는 파워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이기에 패션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녀가 입는 옷과 메이크업, 일거수 일투족은 늘 기사화되며 연신 뜨거운 화제가 된다. 최근에는 비키니를 입고 바다에서 발로 병뚜껑을 따는 영상으로 환경주의자들에게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맞게 평소에는 캐주얼하고 편안한 의상을 자주 입는 그녀는 공식석상에서는 완벽하게 드레스업 해 여신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심한 표정과 태도 때문인지 그녀의 노출은 선정적이라기 보다는 쿨해 보인다.
#로지 헌팅턴 휘틀리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을 거쳐 ‘매드맥스’ 와 ‘트렌스포머3’에 출연하기도 한 영국 출신 모델 겸 배우 로지 헌팅턴 휘틀리. 독특한 외모로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는 그녀는 지금은 2011년 잡지 ‘맥심’에서 ‘핫100’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2010년부터 20년 연상의 헐리우드 배우 제이슨 스타뎀과의 긴 열애 끝에, 2017년 아들을 출산하고 2018년에는 결혼식을 올렸다.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가진 그녀는 럭셔리한 패션감각으로 워너비스타 반열에 올랐다.
출산 후에도 완벽한 몸매를 보여주는 그녀는 가슴부위 노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티셔츠나 시스루 원피스, 가슴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셔츠나 자켓 역시 고급스럽게 소화해 낸다. 노출이 이토록 우아하고 당당해 보일 수 있는 건 아마 그녀의 여유로운 표정 덕분이 아닐까. (사진 출처: 설리, 켄달제너, 킴카다시안, 로지헌팅턴휘틀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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