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시위, 총파업으로 격화…'도시 마비'

입력 2019-08-05 15:38
수정 2019-09-04 00:31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5일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총파업으로 격화했다. 50만 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해 시민들의 출퇴근길이 막히고 수백 편이 넘는 항공편이 취소되는 ‘도시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홍콩 정부는 “시위대가 700만 홍콩인의 삶을 걸고 도박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는 금융인, 공무원, 교사, 버스 기사, 항공 승무원, 언론인, 자영업자 등 각계 각층 시민이 참여했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시민인권전선은 파업에 동참한 시민이 50만 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파업 참여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비협조 운동’으로 불리는 게릴라식 시위를 통해 홍콩 시민들의 출퇴근길을 방해했다. 이들은 홍콩 시내 주요 지하철역과 도로를 점거했다.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된 방해로 홍콩의 8개 지하철 노선 전부가 운행에 차질을 빚고 쿤퉁 노선과 공항 고속철 노선 등 두 개 노선은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홍콩 공항당국은 이날 총파업으로 홍콩국제공항 활주로를 평시의 절반가량만 운영한다고 밝혔다. 홍콩 민항처 소속 관제사 인력의 절반인 30여 명이 총파업 참여를 위해 집단으로 병가를 냈기 때문이다. 캐세이퍼시픽 등 주요 항공사의 조종사와 승무원 2300명가량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홍콩에서 출발이 예정됐던 항공편이 수백 편 이상 결항됐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주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사태가 악화되자 침묵을 깬 것이다. 람 장관은 “(시위대가) 700만 홍콩인의 삶을 걸고 도박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홍콩 정부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강경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 참여자들은 람 장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오후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파업 주최 측은 정부 청사 밀집 지역인 애드미럴티, 유명 쇼핑 거리인 몽콕을 포함한 7개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중국 정부는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논평을 통해 “홍콩 법치를 위협하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훼손하는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