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이 중국 최대이자 세계 2위 알루미늄 가공업체 중왕(忠旺)그룹 창업자인 류중톈 회장(사진)을 밀수와 돈세탁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류 회장에 대한 기소는 두 달여 진통 끝에 재개된 미·중 무역협상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알루미늄왕’으로 불리는 류 회장은 중국산 알루미늄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18억달러(약 2조1400억원)의 관세를 포탈하는 등 24가지 혐의로 미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중왕그룹은 류 회장이 관리하는 미국 법인에 220만 개의 알루미늄 팰릿(pallet)을 판매했다. 이 팰릿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완성품으로 위조돼 남부 캘리포니아 창고에 비축됐다가 재가공돼 판매됐다. 검찰은 이런 과정을 통해 중왕그룹이 수십억달러의 관세를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류 회장은 또 중왕그룹이 2009년 홍콩 증시에 상장할 때 회사 수익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류 회장에게는 금융 사기와 돈세탁 혐의 등도 적용됐다. 검찰은 성명을 통해 “이번 기소장에는 중국 사업가의 부도덕적이고 반경쟁적인 관행이 담겨 있다”며 “수십억달러어치에 달하는 제품을 허위 판매해 상장 기업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림으로써 세계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범죄 행위는 미국 산업과 생계, 투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중왕그룹의 속임수는 대부분 2011~2014년 이뤄졌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알루미늄이 비축돼 있는 창고와 27만5000여 개의 알루미늄 팰릿을 압수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류 회장의 기소 소식을 전하면서 “류 회장은 현재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은 류 회장의 구속영장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류 회장은 최고 456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