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결의 중동은지금] 리비아정부 "프랑스, 반군에 무기 넘겼는지 공식 해명하라"

입력 2019-07-12 11:26
수정 2019-10-10 00:01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가 리비아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군 캠프에서 발견된 프랑스 미사일에 관해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에 공식 답변을 요구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리비아통합정부의 무함마드타하르 시알라 외무장관은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에 “프랑스 미사일이 하프타르 군에 언제 어떻게 전달됐는지 조속히 설명해달라”는 공식 성명을 보냈다. 리비아통합정부 측은 또 “프랑스 정부가 천명한 리비아통합정부 지지에 반대되는 용도로 리비아에 있는 프랑스 무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릴 것”도 촉구했다.

리비아통합정부는 최근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 캠프를 기습해 프랑스 미사일을 발견·압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일 리비아통합정부 측이 트리폴리 남부 산악지대인 가리안의 LNA 갬프에서 재블린 미사일 네 발을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재블린 미사일은 미국이 동맹국들에만 판매하는 무기다. 대당 가격이 17만 달러(약 2억원)에 달한다. NYT 등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에 발견된 재블린 미사일은 미국이 프랑스에 판매한 것들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에 따르면 프랑스는 2010년 미국에서 재블린 미사일 260기를 사들였다.

프랑스가 하프타르 군에 미사일을 넘겨줬다면 유엔 등의 국제 제재 조치를 위반한 것이 된다. 유엔은 트리폴리 기반 리비아통합정부를 리비아 내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 반군 격인 하프타르 군에는 무기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프랑스는 하프타르에 무기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는 지난 10일 “재블린 미사일은 프랑스군이 자기 방어용으로 대(對)테러 작전을 위해 배치한 것”아며 “리비아에서 작전 중이던 프랑스군이 미사일의 결함을 발견해 임시로 창고에 보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견된 미사일은 이미 못 쓰는 것으로, 프랑스군이 넘긴 것이 아니라 분실 등 모종의 이유로 하프타르 측에 넘어갔다는 얘기다.

반면 외신들은 이 설명에 의혹이 많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군이 어떻게 미사일의 행방을 놓쳤는지 등에 대한 해명이 없어서다. 또 대테러전을 위해 리비아에 배치된 프랑스 특수부대는 리비아 서부에 있는 트리폴리에서 거리가 먼 동부에 주로 주둔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월 LNA가 리비아 최대 유전지대인 남부 사하라 일대를 점령하자 “대테러전의 값진 승리”라고 평하기도 했다. 당시 폴리티코 등 외신은 프랑스가 자국 에너지기업 토탈이 리비아 시장으로 진출시키기 위해 하프타르 편을 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분쟁을 분석하는 비정부기구(NGO) '국제위기그룹'은 “프랑스 정부가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스가 하프타르 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는가 여부”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