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11일 오후 7시45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글로벌 1위 폴리이미드(PI)필름 제조업체인 SKC코오롱PI를 매각한다.
1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합작사인 SKC코오롱PI를 팔기로 하고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매각 대상은 SKC코오롱PI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4%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각각 27%를 나눠 갖고 있다. 거래금액은 7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매각이 성사되면 두 회사는 각각 3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C코오롱PI의 주력 제품인 PI필름은 스마트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두루 사용되는 첨단소재다. 이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SKC와 코오롱은 선제적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hr >
"대형 PEF들, SKC코오롱PI에 군침"
SKC코오롱PI 매각은 사모펀드(PEF)들이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에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시작됐다. 주력 제품인 폴리이미드(PI)필름의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PEF들의 관심을 끌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 모두 사업 재편을 단행하고 있는 만큼 매각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8년 각사의 PI필름 사업부를 떼어낸 뒤 50 대 50 지분율로 합작회사를 세웠다. 경쟁관계에 있던 국내 대기업이 힘을 합친 이례적인 사례였다. 두 회사는 2005년께 각자 PI필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일본 가네카, 도레이, 미국 듀폰 등에 밀려 적자를 거듭하고 있었다. 선발 업체와의 경쟁을 위해선 덩치를 키워야 했다. SKC는 충북 진천공장,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북 구미공장을 현물 출자하기로 합의하면서 합작사가 탄생했다.
합작사 설립 이듬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실적은 매년 불어났다. 2014년 12월에는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2349억원. 주력 제품인 PI필름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2454억원, 영업이익은 6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3.4%, 14.2% 늘어난 수치다.
SKC코오롱PI가 생산하는 PI필름은 고온과 저온을 모두 견디는 최첨단 고기능성 소재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방열 시트용 소재로 활용돼 스마트폰, 반도체, 자동차,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된다. 삼성전자가 출시를 앞둔 폴더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로 쓰이고, 전기차 배터리의 절연용 테이프로 사용되는 등 미래 산업의 주요 소재로 평가받는다.
PEF업계 관계자는 “SKC코오롱PI는 해마다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는 데다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PEF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매물”이라고 했다. 이미 일부 PEF는 인수금융을 위해 금융회사와 접촉하는 등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사업 재편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SKC는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1위 자동차 전지용 동박업체 케이씨에프티테크놀로지(KCFT)를 1조2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 회사 인수 후에도 설비 투자를 위해 신규 자금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SKC는 핵심 사업부 중 하나인 화학사업부를 분사해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쿠웨이트PIC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투명 PI필름 양산 준비 등을 위해 신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훈/유창재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