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갈등 확대 막으려면 악플 제재장치도 필요"

입력 2019-07-08 17:59
수정 2019-09-30 13:57
“긍정과 응원의 댓글에서 시작한 선플운동이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인터넷문화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민병철 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 이사장(한양대 특훈교수·사진)은 선플운동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민 이사장은 '국민 영어 선생님'으로 불리는 영어 교육자다. 영어 교육자 1세대로 활약하던 그가 선플운동을 본격 벌이게 된 것은 2007년 한 대학 강의가 계기였다.

“2007년 악플로 한 가수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각자 유명인 10명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가서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플을 달라는 과제를 냈죠. 1주일 만에 5700개의 선플이 달렸습니다. 중요한 건 참여 학생들이 악플의 폐해를 깨닫고 선플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는 점이죠.”

12년째 선플운동을 하면서 효과도 실감하고 있다. 민 이사장은 “2012년부터 선플운동에 동참한 울산교육청은 8개월 만에 언어폭력 피해율이 40.7%에서 5.6%로 떨어졌다”며 “선플달기가 청소년의 언어 순화와 학교 폭력 감소에 도움이 됐다는 현장의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엔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손잡고 청소년을 위한 선플운동 지원에 나섰다. 선플운동본부와 구글코리아는 지난 5월 ‘청소년 선플운동 서포터스 발대식’을 열고 악플·혐오표현 추방 활동에 참여하는 초·중·고교와 대학 동아리 100곳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12년 만에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 ‘인터넷 악플·혐오표현 추방을 위한 선플운동’에 참여해 매우 뜻깊다”며 “국내 인터넷·통신 기업들도 건전한 인터넷 문화조성을 위한 선플운동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막말’이 쏟아지는 국회도 선플운동의 주무대다. 민 이사장은 2007년 국회에서 좋은 언어를 사용하자는 취지로 ‘국회선플정치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는 “매년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선플상’을 수여하고 있다”며 “정치문화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민 이사장은 꾸준한 계도 활동과 제도적 장치(법적 제재)를 악플 방지 해법으로 제시했다. “안전벨트 제도가 자리를 잡은 건 각종 캠페인과 함께 위반자에게는 벌점을 부과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었기 때문이죠. 시민들이 참여하는 선플달기 캠페인과 악플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병행될 때 사회 갈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줄이는 게 민 이사장의 목표다. 그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국내 거주 외국인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에게 혐오표현이 심각한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앞으로 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