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를 떠나 ‘미국인의 축제’로 치러지던 7월4일 미 독립기념일 행사가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트럼프 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군(軍)의 정치화’ 우려마저 제기됐다.
CNN은 3일(현지시간)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군 수뇌부가 4일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서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대행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리처드 스펜서 해군성 장관 등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국방부에 행사 티켓 5000장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대통령이 기념식을 공공연하게 정치적 이벤트로 만든다면 군 참석자들은 군의 정치활동 금지와 관련한 국방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독립기념일 행사는 그동안 초당적으로 치러졌지만 ‘미국에 대한 경례’로 명명된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1시간 가량 연설할 예정이다. 행사장 주변엔 탱크와 장갑차가 전시되고, 미군 주력 전투기의 저공비행 등 ‘군사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이전 독립기념일 행사 땐 현직 대통령이 연설하거나 군용 장비가 동원된 적은 거의 없었다.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독립기념일 행사를 이용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통적으로 내셔널몰(링컨기념관과 의사당 사이에 있는 조경공원으로 독립기념일 행사의 주 무대)에서 열리는 주요 모임은 지정된 행사 프로듀서가 있다”며 “이번 행사의 프로듀서는 대통령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반(反)트럼프’ 시위대는 행사 당일 내셔널몰 상공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는 대형 ‘트럼프 베이비’ 풍선을 띄우는 방안을 놓고 국립공원관리청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비판여론을 의식해 독립기념일 행사를 정치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3일에도 트윗을 통해 “그 것은(독립기념일 행사는) 일생일대의 쇼가 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는 세계 어느 곳보다 가장 훌륭하고 우리는 어느 곳에서도 가장 훌륭한 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