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지난 18일 새로운 가상화폐 ‘리브라’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해외 송금에 주력한다지만 결국 제품 구매와 대금 지급, ‘와츠앱’ 등 대화 앱과 메신저를 통한 개인 간 송금 등에 리브라 사용을 목표로 할 것이다.
화폐 재창출이라는 페이스북의 시도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결제에서 큰 성공을 거둔 중국의 사례에 힘입었다. 페이스북은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소비자들이 이미 기존 화폐와 각종 제도, 금융 인프라 등을 활용하는 ‘괜찮은’ 모바일 결제수단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에 직면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기존 통화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리브라를 얼마나 많이, 자주 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국경을 넘나드는 해외 송금과 같은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페이스북의 가상화폐가 이런 장벽들을 극복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페이스북은 물론 수십억 명의 사용자 기반을 최대한 활용해 전자결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었다. 중국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텐센트의 위챗은 와츠앱과 같은 대화 앱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국의 양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하나인 위챗페이로 더 명성이 나 있다.
中 위챗페이처럼 되기 힘들어
2014년 도입된 위챗페이는 춘제(중국 설)에 서로에게 건네는 붉은 세뱃돈 주머니(훙파오)를 모바일 앱상에서 사용자끼리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게 시발점이다. 상인들도 고객 유치용으로 이 붉은 세뱃돈 주머니를 위챗 이용자(월간 실사용자 수 11억 명)에게 나눠줬다. 이런 ‘개인 간(P2P)’ 송금은 직접적으로 텐센트에 수익을 나게 하진 않았지만 모발일 결제 서비스의 보급을 촉진했다. 사용자들은 각종 청구서에서 레스토랑의 점심 식대까지 거의 모든 지급을 위챗페이로 해결하고 있다. 빅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이 같은 제3자 모바일 결제는 매출이 160조위안(약 2경5000조원)에 이를 만큼 중국에서 보편화됐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관한 우려와 대체 수단의 존재를 감안한다면 페이스북이 위챗페이와 비슷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 것이다. 애플의 ‘애플페이’ 등 다른 서비스는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관리를 둘러싼 소비자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가상화폐 도입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치변동이 가장 큰 위험
페이스북은 독립적인 비영리 조직인 리브라재단에서 리브라를 발행하는 한편 리브라를 이용하기 위한 전자지갑도 페이스북의 자회사 칼리브라가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이 소셜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약속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이용자들이 스타벅스에서 불필요하게 복잡한 방법으로 커피를 구매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리브라 가치가 세계 주요 통화 바스켓에 영향을 받는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에 비해 비교적 안정돼 있다고는 해도 변동성을 띤다는 건 마찬가지다. 아무도 매일 커피 가격이 달라지는 걸 바라진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결제 서비스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가상화폐의 설계보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결제 앱을 사용하는 동기와 방법 등을 이해하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재키 웡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쓴 ‘Facebook’s Crypt Plan Borrows From China’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