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일의 원자재포커스] 희토류 탐구 (7) 유로화 지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유로퓸(Eu)

입력 2019-06-23 17:50
수정 2019-09-21 00:01

유로퓸(Eu·원자번호 63)은 1901년 발견된 희토류 원소로, 유럽(Europe) 대륙의 이름을 따서 원소 이름이 지어졌다. 처음 발견한 프랑스 화학자 위젠아나톨 드마르세이에 의해 그렇게 명명됐다. 실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공용화폐인 유로화 지폐의 감식과 위조 방지용 형광 인쇄에 사용되고 있다.

유로퓸은 희토류 원소 중에서도 존재량이 매우 적은 축에 속한다. 지각에서의 존재비는 약 1.8ppm(1ppm=0.0001%)이다. 여러 광석들에서 조금씩 발견된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바이윈어보 광산에서 채굴되는 희토류 광석에는 약 0.2% 수준의 함량으로 포함돼 있다. 전 세계 매장량은 약 15만t으로 추정되며, 연간 생산량은 산화유로퓸으로 환산할 경우 약 390t 수준이다.

인광(燐光) 성질을 띠고 있어 형광체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형광체는 보통 빛, X선, 전자 또는 방사선 등을 쪼였을 때 빛을 내는 물질을 통틀어 말한다. 유로퓸이 들어간 형광체는 브라운관을 활용한 컬러 TV와 컴퓨터 화면의 붉은색 및 청색 형광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등으로 활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지폐 위조 방지를 위한 형광 인쇄에도 사용되는데, 유로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로화 지폐를 만드는 데 쓰인다. 유로화 지폐에 숨겨져 있는 붉은색, 녹색, 푸른색 형광 무늬 중 붉은색 부분에 유로퓸 착물이 들어간다. 유로화를 만드는 데 다른 지폐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유로퓸을 사용한 것은 유럽 대륙에서 따온 원소 이름의 상징성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유로퓸은 지폐뿐 아니라 우표 인쇄 과정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