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개소세 연장? '그냥 내리자'

입력 2019-06-10 08:00
수정 2019-06-13 15:36
-1년6개월 동안 인하 유지, 시장에서 효과 잃어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점에 비추면 18개월 동안 세율 인하를 유지하는 셈이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역대 최장'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단히 파격적인 조치인 것처럼 포장한다.

그러나 완성차업계에선 개소세 인하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정부가 다시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상황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완성차 수출이 부진한 마당에 국내 완성차 공장의 일자리가 보전되려면 내수 판매라도 유지하거나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생산-해외수출'이 내리막인 시점에서 세율 환원으로 내수 판매마저 줄어들면 정부 또한 세수에 차질이 생기고, 소비자는 세율 환원을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 구매 시점을 늦추거나 세금이 적은 차종을 주목하게 된다. 이 경우 정부도 세수가 감소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만큼 개소세 인하는 더이상 당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이런 해석은 지난해 추가로 6개월 연장을 밝혔을 때부터 제기된 바 있다. 이미 잠재적 구매자로 분류되는 소비층은 혜택을 받으며 구매를 마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6개월이 연장돼도 구매를 앞당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추가 연장'이 언급됐을 때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일부에선 국산 준대형차 수요가 늘어난 점을 들어 개소세 인하 효과를 언급하지만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그랜저 수요 증가는 개소세 인하와 관계없이 중형 세단 수요가 준대형으로 이동한 것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완성차업계에선 개소세율을 이번 기회에 영구적으로 내리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소세 인하에도 판매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는 마당에 정부가 개소세 인하 효과가 없으면 오히려 6개월 후 세율을 환원,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셈이다. 가뜩이나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개소세율 환원은 곧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여 판매가 더욱 위축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자동차 세수 의존도가 높은 정부로선 그럴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기재부는 세율 인하 연장을 발표하며 6개월 후에도 자동차 판매가 늘지 않으면 다시 세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자동차를 통해 적지 않은 세금을 거둬들이는 정부 입장에서 세수 의존도를 낮출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과 LPG차 구매 때 지원 등에 필요한 재원을 자동차 세수에서 확보하려면 세율 환원은 불가피한 조치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은 그만큼 정부 세입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제 유류세의 절반이 세금이고, 자동차를 구매할 때, 그리고 보유할 때 내는 세금도 적지 않다. 그러니 자동차 판매가 위축되면 정부도 세수가 줄어들기 마련인 만큼 이를 반대로 보면 안 팔릴 때는 오히려 세율을 높여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거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래서 개소세 연장에 대한 완성차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어차피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 차를 살 때 세금 인하 혜택을 준다고 굳이 새 차를 구매할 사람은 많지 않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실제 세금 인하를 '할인'으로 여겼을 때 할인은 상황이 어려울 때 사용하는 일시적 처방일 뿐 일상적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없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개소세 인하가 이제는 일상으로 인식된 만큼 영구적으로 세율을 하향 조정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영구 인하 불가 의지는 확고하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최근 세율 인하 관련 브리핑에서 "내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심 끝에 연장을 결정했다"며 "6개월 후 판매가 줄어들면 인하를 종료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더욱이 이번 개소세 인하 연장으로 6개월간 약 1,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만큼 효과가 없으면 세금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의 승용차 판매는 이미 포화 상태다. 판매되는 새 차의 80% 이상이 대차 수요일 정도로 한정된 시장이다. 게다가 신규로 구매하는 사람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지금의 내수 판매 규모가 유지되는 것도 정부로서는 다행이다. 그럼에도 상황에 따라 다시 올리겠다는 것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세금을 최대한 거둬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개소세 영구 인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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