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12兆 펀드로 유니콘 10개 이상 키운다"

입력 2019-05-27 17:51
수정 2020-11-15 20:00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7일 “창업 7년 이상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스케일업펀드를 2022년까지 12조원 규모로 키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 엑스포 2019’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로 가는 길목에서 저평가된 중소·벤처기업이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전환기를 맞아 대기업과 상생하고 공존하면서 체질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유니콘 기업이 지난해 8개로 늘었는데, 그 수를 20개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비전을 갖고 있다”며 “제2 벤처 붐의 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성과 기술력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들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기업공개(IPO)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마스크팩 메디힐의 성공으로 유니콘기업 반열에 오른 엘앤피코스메틱의 권오섭 회장은 이날 발표자로 나서 “IPO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해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올 들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40여 개로 닷컴 열기가 뜨거웠던 2001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다. 이들 기업 말고도 상장하려는 곳이 줄을 서 있다. 지난해 이후 증권사와 신규 IPO 주관 계약을 맺은 비상장사는 700곳이 넘는다. 사상 최대 규모다.

‘IPO 엑스포 2019’에는 정보기술(IT), 바이오 분야 200여 개 상장 예비기업 관계자 등 600여 명이 몰려 IPO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 혁신성장 위해 규제자유특구 필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은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IPO 엑스포 2019’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중소·벤처기업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수축사회’ ‘축적의 시간’ 등의 표현을 써가며 프레젠테이션 내내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박 장관은 “근본적인 판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 성장을 위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기부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연결자로 나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트 장면과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차례로 소개하며 ‘축적의 시간’을 강조했다. 그는 “두 사람이 수년 동안 매일 연습을 반복하는 축적의 시간 위에 창의성을 담아 세계 최고로 거듭났다”며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우리 기업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했다.

그는 “기술과 인문학의 조합 등 작은 것들을 서로 연결하고 조합하는 데서 파괴적인 혁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축적의 시간 위에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도록 중기부가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인구가 증가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건을 대량생산했던 팽창사회가 끝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사회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수축사회’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처럼 1등부터 꼴등까지 함께 공존하는 게 아니라 1등만 살아남으면서 사회 갈등은 심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쇠퇴하는 기존 산업에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고 미래 산업을 장려하는 세련된 조정자로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축사회는 박 장관이 지난 15일 중기부 직원들과 함께 북콘서트를 열었던 책의 제목이다.

박 장관은 네이버 포스코 등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기업)’의 출현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네이버는 전국에 파트너스퀘어를 설치하고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4년까지 1조원 규모 자금을 출연해 전략 벤처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중기부가 가야 하는 철학은 상생과 공존”이라며 “중소기업이 중심이지만 대기업을 배척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상생 협력하고 불공정거래를 개선하는 방안을 꾸준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혁신성장 방안으로는 규제자유특구를 제시했다. “규제 샌드박스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전국 지역별로 자율주행차 등 주제를 자유롭게 정하고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조진형/김기만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