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17시간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급증하는 반면 주당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일자리는 가파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1000명 늘었다. 정부 목표(15만 명)를 조금 웃돌았지만 지난 2월과 3월 25만 명을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달 실업률은 4.4%를 기록해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상 3월인 공무원 시험이 올해는 4월로 미뤄진 경우가 많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실업률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4월 취업자 수를 연령 및 근로시간별로 보면 고용의 질은 더 악화됐다. 60대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3만5000명 늘었지만 40대와 30대는 각각 18만7000명, 9만 명 감소했다. ‘경제 허리’인 30~40대 고용 부진은 계속됐다.
근로시간별로 보면 ‘초단시간 일자리’가 급증했다. 주당 1~17시간 일하는 근로자는 178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2000명(25.5%) 늘었다. 작년 4월 증가폭(7만3000명)과 비교하면 약 다섯 배 수준이며 증가율로는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이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만든 월급 40만~50만원 수준의 노인 일자리가 늘고 아르바이트 시장에 청년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위 ‘알바 쪼개기’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알바 쪼개기는 최저임금 인상에 타격을 받은 편의점 등이 주휴수당을 아끼려고 아르바이트 한 명을 초단기 근로자 두 명으로 쪼개는 것을 말한다.
주당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정규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62만4000명 감소했다.
청년 4명 중 1명 '사실상 실업자'인데…정부는 그래도 "고용 좋아졌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고용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15일 발표된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7만1000명 늘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청년과 노인들의 ‘초단시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반면 30~40대와 ‘정규 일자리’는 오히려 급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지난 2, 3월 청년 고용률이 아주 높아졌다”고 한 말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들은 여전히 고용 개선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청년(15~29세)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1년 전보다 1.1%포인트 오른 25.1%였고, 지난달에도 25.2%로 더 나빠졌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길까.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확장실업률은 취업준비생과 더불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까지 실업자에 포함시켜 집계된다. 이런 단기 아르바이트 청년이 많으면 고용률은 좋지만 확장실업률은 나빠진다. 기재부는 이런 설명은 쏙 빼고 “지난달 청년 고용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청년·노인 단기 일자리만 늘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7만1000명 늘었다. 정부 목표치(15만 명)는 넘겼지만 2~3월 25만~26만 명보다는 확 줄었다. 취업자 증가를 이끈 건 청년(4만8000명)과 노인이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33만5000명 증가했다. 문제는 60세 이상 일자리는 대부분 고용 질이 안 좋은 단기 일자리라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8220억원을 투입해 약 61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 계획인데 지난 1분기에만 54만 개를 공급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대부분 근로 기간이 1년도 안 되고 월급이 40만~50만원 수준으로 열악하다.
즉 연령별로는 청년과 노인, 내용으로는 아르바이트와 파트타임 근로자에 기댄 고용 증가가 이뤄진 셈이다. 실제 주당 1~17시간 근로자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6만2000명 늘어 4월 기준 역대 최대폭 증가했다. 1~17시간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4월 5.3%에서 지난달 6.6%로 늘어났다.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한 30~40대는 취업자 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30대 취업자는 지난달 9만 명 줄었고 40대는 18만7000명 감소했다. 40대 고용률은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증발한 ‘서민 일자리’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은 지속됐다.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3만5000명 줄었다. 2017년 12월부터 17개월 연속 감소세다. 아파트 경비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도 5만3000명 줄었다. 이들 업종은 임금 수준이 높지 않아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부와 청와대가 그동안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근거로 들었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7만 명 줄었다. 작년 12월부터 다섯 달 연속 줄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만8000명 늘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원 수를 줄이고, 결국 폐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고용이 양호했던 건설업 일자리가 올초부터 줄기 시작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3만 명 줄었다.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해 4만7000명 증가했지만 올 1분기(-7000명)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 확장실업률
실업률은 ‘만 15세 이상,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비중을 말한다. 구직 활동을 장기간 쉬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찾는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확장실업률은 이런 사람들도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다.
서민준/성수영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