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영업益 17분기만에 '뒷걸음질'

입력 2019-04-03 17:54
수정 2020-11-23 19:36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7분기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40곳(분할합병·감사의견 비적정 등 제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7조6140억원으로 전년 동기(36조6088억원)보다 24.6% 줄었다고 3일 발표했다. 2014년 3분기(-24.7%) 후 17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작년 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매출은 491조69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2017년 3분기(48.0%)에 정점을 찍은 뒤 분기마다 떨어지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작년 4분기는 특히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주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 실적도 부진했다. 실적 비교가 가능한 코스닥 상장사 911곳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1조8303억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 24.0% 급감했다. 대기업과 연계된 부품사들의 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연간으로도 상장사 이익이 작년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빼면…상장사 영업이익 4.5% 감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오히려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17분기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도 반도체 수출 부진 등에 따라 상장사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 등 ‘어닝쇼크’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분석이 가능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540곳)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32% 늘어난 157조6863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사들의 매출(1894조6674억원)은 4.76% 늘었고, 순이익(107조9573억원)은 6.72% 감소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사상 최대였던 2017년의 매출·영업이익 기록을 한 해 만에 경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매출 중 12.8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빼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98조7996억원)과 순이익(63조6124억원)은 각각 4.57%, 13.5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도 8.32%에서 5.98%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빠지면 1000원어치를 팔아 59원 정도를 남겼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작년 4분기부터 실적이 크게 줄고 있다”며 “4분기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해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 경기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도 함께 부진했다는 평가다. ‘어닝 쇼크’를 낸 곳도 많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상장사 276곳(코스닥시장 포함) 중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10% 이상 낮은 기업이 79곳(28.6%)에 달했다.

이들 540개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7조6140억원으로 전년 동기(36조6088억원)보다 24.6% 감소했다. 2014년 3분기(-24.7%) 후 17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작년 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매출은 491조69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 영향에 전기가스업 적자전환

업종별로는 운수장비업의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폭(-41.47%)이 가장 컸다. 운수장비에는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주들이 포함돼 있다. 항공주가 포함된 운수창고업(-38.21%)과 기계(-36.55%), 화학(-20.12%) 등의 업종도 부진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한 한국전력 등 전기가스업 대표주도 적자전환됐다. 반면 종이목재업은 중국의 폐지 수입 금지 등 호재로 영업이익이 314.17% 급증했다. 건설도 분양 물량 증가와 해외수주 증가로 28.59%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보령제약(2346.43%)이다. 이어 아세아제지(1733.49%) 태림포장(978.39%) 삼성SDI(511.64%) 남광토건(509.09%) 순이었다. 반면 조광페인트(-97.66%) LG디스플레이(-96.23%) 대한제강(-94.74%) 등 종목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상장사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5%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세계 경기 하강에 따른 수출·경기민감주 부진 등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업황의 타격이 크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 봐도 유가증권시장 순이익은 6%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오형주/노유정/전범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