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교통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최 후보자는 국민 정서에 가장 민감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걸려 하차했다. 3월 29일 물러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역시 고가 건물 매입 논란 끝에 사퇴했다.
최 후보자와 김 전 대변인 모두 억울할지 모른다. 최 후보자는 집 세 채로 23억원의 평가차익을 냈다는 이유로 투기 의혹을 받았지만, 청와대 사전 검증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모호한 데다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 전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 30년 넘도록 집 한 채 없고, 노모를 모셔야 하고, 노후도 불확실한 50대 중반 자연인으로선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재테크였다. 합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 역시 아니었다.
그러나 여론은 ‘투기꾼’으로 몰아붙였다. 두 사람 모두 본인들의 여건에서는 ‘정상적 투자’였을지 모르지만, 서민 눈높이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대다수 여론이 이보다 더 분노한 지점은 ‘이율배반’이었다. ‘부동산=투기’라고 죄악시하더니 “왜 당신들은 똑같이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른바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다. 인터넷 댓글에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배신감과 허탈감이 넘쳐났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볼 대목은 있다. ‘부의 축적’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이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본 축적 욕망이야말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진보진영은 부의 축적 자체를 유사 범죄 내지는 반(反)사회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심지어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토지공개념까지 주창했다. 현 정권은 야당 시절 ‘부동산=투기’라는 프레임의 덫을 씌워 수많은 공직 후보자를 낙마시키기도 했다.
부메랑은 결국 스스로에게 날아들었다. 정권을 잡고 나서 보니 자연인으로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3월 28일 공개된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서도 현 정부 고위 공직자 중 다주택자가 30%에 달했다. 과거 보수정부 때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덫에 스스로가 걸린 것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합법 테두리에 있는 부의 축적까지 죄악시하고 불온시하는 편협하고 왜곡된 시선을 거둬들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 편견이 두고두고 이 정부를 옭아맬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 버려야 '내로남불' 논란 벗는다"
고위공직자를 일반인에 비해 더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로 평가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합법적인 부의 증식 및 투자를 ‘투기행위’로 비난하고, ‘비도덕적’이라고 몰아세울 경우 검증의 문턱을 넘어설 도덕군자는 많지 않다.
자본주의에서 돈은 이윤이 더 창출되는 쪽으로 자연스레 흘러간다. 그것이 돈의 생리다. 가계는 여윳돈이 생기면 예금도 하고, 주식도 사고, 부동산에도 투자한다. 부동산 투자수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부동산에 더 많은 자산을 배분한다. 합법적으로 세금만 낸다면 여러 채에 투자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자산증식 수단이다. 그래야 집 없는 사람이 전세 또는 월세를 사는 임대시장도 형성된다. 한 채 이상 소유하면 투기이니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는 것은 시장논리와 맞지 않는 발언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부동산=투기’ 프레임은 진보진영이 야당일 때 만들어냈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사고에 사로잡혀 보수 정권을 공격할 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단골 메뉴였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이 모호하지만, 합법적인 재산증식조차 단지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투기로 몰아붙였다.
그 부메랑은 결국 문재인 정부에 그대로 돌아왔다. 이번 개각에서 장관 후보자에 오른 7명 중 부동산 관련 의혹에서 자유로운 후보는 한 명도 없다. 정도가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 뚜렷이 법을 어긴 사례는 물론 없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 역시 이런 문제를 낳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인사 청문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부동산 문제뿐 아니라 자녀 교육 논란도 보면 결코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학벌 타파를 외치던 사람들이 자녀는 호화 유학을 보내고, 평준화를 주장하며 자사고·특목고를 ‘귀족학교’라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는 자사고·특목고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반부패정책학회장)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자가당착 역시 버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정부는 앞으로도 임기 내내 ‘내로남불’ 논란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경제부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