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빌려 타는 방법의 홍수 시대

입력 2018-12-05 08:00
수정 2018-12-05 13:34
-구매 방법처럼 대여 방식도 천차만별-'나눠 타기'에서 '나눠 빌려 타기'로 진화

자동차를 사는 것과 빌려 타는 것. 어디까지나 개인 선택의 문제다. 발전의 시작은 구매 방식에서 비롯됐다. 어떻게든 제품을 팔아야 하는 제조사가 이자 수익을 원하는 금융사와 손잡고 만든 금융상품이 대표적이다. 전액 현금으로 사도되고 금융사 돈을 빌려도 된다. 심지어 무일푼도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 물론 빌린 돈은 일정 기간 나눠 이자와 같이 갚지만 금융 측면에서 자동차는 부동산처럼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확실한 담보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편에선 일정 기간 타다가 되팔 생각인데 번거롭게 각종 서류절차를 직접 처리하며 구매할 필요가 있느냐를 고민했다. 그래서 사업자가 차를 대신 구매한 뒤 일정 기간 비용을 받고 빌려주는 렌탈이 등장했다. 어차피 금융사로부터 돈 빌려 구매하는 것과 렌탈 사업자로부터 빌리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금액 차이가 있지만 둘 모두 매월 돈을 내기는 마찬가지여서다.

그러자 금융사도 빌려주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렌탈 사업자가 자동차라는 제품을 구입해 빌려주는 것이나 금융사업자가 공산품인 자동차를 구매한 뒤 이를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빌려주는 방식의 차이가 없어서다. 이른바 리스와 렌탈이다. 예를 들어 3,000만원짜리 중형 세단의 대여 사업을 전개할 때 렌탈사업자는 자동차를 빌려주는 것이고, 리스사업자는 3,000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인식될 뿐 본질은 같다.

그리고 둘 가운데 자동차를 빌려주는 것은 기간에 따라 단기와 장기로 구분됐다. 나아가 짧은 기간 빌리는 단기(短期)는 다시 '일(日)' 기준에서 '시(時)' 단위로 시간이 쪼개지며 초단기로 파생됐다. 마치 4차 산업의 총아인 것처럼 '카셰어링(Car Sharing)'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사업이 바로 초단기 렌탈사업이다. 넓은 범주에선 카셰어링도 렌탈의 한 부분일 뿐 4차 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의 배경이기도 하다.

렌탈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정 기간 빌려서 타되 필요에 따라 차를 바꾸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했다. 이른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우리말로 약정 렌탈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약정 서비스는 일정 비용을 내면 여러 자동차를 필요에 따라 바꿔 이용할 수 있는 렌탈 방식이다. 기존 렌탈 사업자가 세단과 SUV를 직접 구매해 각각의 차종을 빌려주었다면 약정 서비스는 제조사가 렌탈 사업자로 변신해 세단과 SUV 등을 섞어 이용하도록 만든 서비스다.

그런데 사업 초기라는 점에서 수익성에 문제가 생겼다.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가 보유 때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내 캐딜락은 최근 비용 문제로 약정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용자에게는 좋지만 제품의 손상, 24시간 배송, 청결 관리 등의 비용이 예상보다 과도해 오히려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한 달에 200만원을 내면 캐딜락 18개 제품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손익 계산을 철저히 따져 상품을 내놨음에도 사람들의 이용 행태가 천차만별이었던 탓이다. '빌릴 때는 새 차', '탈 때는 아무렇게나'가 반복되면서 손상율이 높은 게 이유가 됐다. 하지만 소비자도 할 말은 많다. 일반적인 리스보다 약정 서비스 이용료가 비쌌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비자 눈높이가 올라갔고, 늘 새 차를 원하는 마음이 앞섰다.

그럼에도 약정 서비스는 새로운 렌탈 방식으로 향후 각광받을 태세다. 제조사로선 제품을 경험시키는 좋은 창구여서다. 캐딜락과 달리 볼보, 포르쉐 등 대부분의 자동차회사가 미국에서 약정 서비스를 활발히 운영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약정 서비스가 등장했다. 커넥티드카 플랫폼기업을 표방한 에피카가 소형차 미니(MINI)와 손잡고 매월 약정료를 내면 미니의 여러 차종을 골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1년 중 최장 6개월 동안 원하는 때에 필요한 제품을 이용하는데, 가입비와 이용료가 별도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 때 179만원을 내고, 기본 제품의 월 이용료는 89만9,000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달리 보면 약정 서비스도 렌탈일 뿐이다. 굳이 비유하면 '자동차 나눠 빌려 타기'다. 최근 '자동차 나눠 타기'가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으로 주목 받는다면 렌탈도 나눠 타기로 세분화하는 셈이다. 한 대를 여러 사람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렌탈 시장은 향후 '소유 같은 공유 서비스'를 누가 먼저 내놓느냐가 경쟁력이다. 공유하고 싶지만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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