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제조보다 중요한 것은 '활용'

입력 2018-11-28 08:14
-IT 기술, 자동차 개념 바꾸는 중-케이스(CASE) 넘어 마스(MaaS)로 진화해야

최근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단연 '케이스(CASE, 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로 표현되는 연결 이동 수단이다. 그리고 케이스의 궁극적인 도착점은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셀프 드라이빙(Self-Driving)이다. 그런데 완전한 자율 이동 세계가 만들어지려면 정보통신, 즉 IT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제 아무리 사람의 감각이 발달해도 지식 연결이 없으면 판단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설령 머리에 지식이 있어도 자체적인 빠른 정보 교환이 없으면 완벽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와 IT 연결의 시작은 내외부 정보 간의 활발한 교류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품 개발 측면에서 고려되는 대상일 뿐 이용자 측면에선 단지 편하면 그만이다. 앱으로 이동 수단을 호출해 이동하고 목적지에 내리면 된다. 이동에 필요한 비용은 앱으로 결제되고, 여러 이동 수단을 혼용할 때는 연결에 따른 기다림도 없다. 소비자의 이동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이동 자체가 하나의 통합 서비스로 활용된다는 뜻이다. 요즘 자동차는 물론 교통 영역에서 사용되는 '타스(Transportation as a Service)' 또는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의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마스는 자동차 부문에서 언급되는 'CASE' 발전을 가장 활발하게 적용시킬 교통 모델로 주목 받는다. 또한 기존 교통 사업자의 수익도 증가시키는 '윈-윈' 효과를 가져와 각광 받는다. 실제 스웨덴 예테보리는 지난 2013년 지자체와 소프트웨어기업 그리고 도심 택시 및 버스, 트램 등의 운송 사업자가 모여 마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소비자의 대중교통 이용 빈도가 늘어 도심 내 승용차 운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입증됐다. 이후 핀란드의 마스 글로벌은 2016년부터 버스와 기차 등의 대중교통, 택시와 렌터카, 자전거 등을 활용해 월정액 서비스에 나섰다. 매월 일정액을 내면 어떤 교통수단이든 최적화 된 경로로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맞춤형 교통서비스로 자가용 운행을 억제해 배출가스를 줄이되 기존 대중교통은 활성화 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은 형국이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도 다르지 않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다양한 서비스가 IT 발전에 힘입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택시 호출에서 앱 사용은 이미 일반화됐다. 한 마디로 자동차 구매부터, 운행, 이동 수단의 이용에 이르기까지 IT의 역할은 눈부실 정도다. 특히 IT의 역할은 자동차 공유 부문에서 역할이 두드러진다. 이동 수단을 제조하거나 구입하지 않아도 교통사업을 할 수 있어서다. 이미 운행되는 자동차의 빈 공간을 연결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는 공간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생존을 위해 공간을 활용하는 기존 사업자 입장에서 자가용의 빈 공간을 활용하자는 제안은 공정하지 못할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이 마스 서비스에 자가용이 아닌, 기존 교통 사업자를 적극 참여시킨 것도 결국은 이동 수단의 공간을 한정하자는 차원이다. 다시 말해 굳이 새로운 (자가용) 이동 공간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래야 자가용 운행이 줄어 교통 문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처럼 재빠른 변화는 자동차의 개념 자체를 바꿔 놓는 중이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고, 때로는 자신만의 공간 영역이었지만 IT 개입이 늘면서 이동에 충실한 도구와 반드시 가지고 싶은 특별한 소유물로 보다 양극화되는 중이다. 소유물로서 자동차는 화려하고 고급으로 진화하는 반면 모빌리티로서 자동차는 여럿이 이용하는 지능형 이동 수단, 즉 로봇 자동차로 변신하고 있다.

이미 구글은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에 직접 나섰고, GM과 토요타 등은 자동차를 개인 소유물과 단순 이동 수단으로 확연히 구분 짓는 중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소유욕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첨단 기능을 적용하고, 이동 수단으로서 자동차는 화려한 옵션보다 최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5G의 일반화는 필수적이다. 자동차와 주변의 모든 사물이 빠르게 연결될 수 있어서다. 한 마디로 자동차가 사람과 같은 비서 역할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자동차와 자동차가 연결되고, 자동차와 건물의 연결이 완성할 마지막 단계는 바로 스마트시티(Smart City)다. 연결, 그리고 데이터로 구분되는 세 가지 기술적 기반의 새로운 도시는 '거주 적합성(Livability)'이 핵심 가치이고, 마스(MaaS)는 편안한 거주를 위한 효율적인 이동을 만들어주기 마련이다.

과거 15년 전 자동차의 미래를 진단할 때 전문가들은 배출가스와 효율성 향상을 위한 동력원의 변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앞으로 15년을 전망한다면 크게 마스에 활용되는 모빌리티와 소유욕에 기반한 프리미엄 자동차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지속적으로 효율과 배출가스 감소는 이뤄지겠지만 그보다 누가 먼저 기술로 마스를 완성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는 기존 제조사업자 외에 앱 기반의 교통사업자도 뛰어들기 마련이다. 제조를 하지 않아도 이미 제조된 자동차가 도시에 넘쳐나는 세상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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