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완성차 모빌리티, '규모 vs 속도'의 싸움

입력 2018-10-03 12:24
수정 2018-10-20 23:04
-자동차 제조사, 모빌리티 서비스 속속 진출-앱 기반 IT 기업, 제조사 진출에 '속도'로 대응

지난 2일(현지 시간) 2018 파리모터쇼 현장에서 푸조의 장 필립 임파르토 사장은 "모빌리티 서비스에 본격 진출해 이동수단 연결을 최적화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기조 연설을 통해 현대·기아차를 모빌리티 기업으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밖에 일찌감치 모빌리티기업 전환을 결정하고 '세드릭(SEDRIC)'이라는 미래 이동수단을 내놓은 폭스바겐과, 자율주행으로 모빌리티시장을 선점하려는 아우디 그리고 일본 내 택시부터 모빌리티 최적화 서비스에 나선 토요타 등 최근 글로벌 거대 완성차기업들의 모빌리티 진출 전략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자 우버와 디디추싱, 그랩 등 앱 기반의 이동 수단 및 승차 공유를 선점한 IT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중이다. 자동차회사 스스로 앱을 활용한 이동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큰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이 13번째 브랜드로 내놓은 공유 서비스 '모이아(MOIA)'는 우버(UBER)와 같은 호출형 이동 서비스 기업을 겨냥한다. 이동 수단을 호출, 사용자를 연결하며 수수료를 가져가는 IT 기업과의 경쟁에서 '낮은 수수료'가 무기다.

기본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에 뛰어드는 완성차기업의 경쟁력은 '저렴한 수수료'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예를 들어 A에서 B지점까지 10㎞를 이동할 때 1만원의 이동 요금이 나왔다면 앱 기반의 호출형 모빌리티 기업의 현재 수수료는 평균 25% 가량이다. 이 경우 자가용으로 이동을 시켜준 서비스 제공자(운전자)는 7,500원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해당 차종을 판매한 자동차회사가 동일 거리를 연결하면 수수료는 그보다 낮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수료가 10%라고 하면 운전자는 9,000원을 손에 쥐게 된다. 이미 제조물 판매로 이익을 확보한 만큼 수수료를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현대차가 자신들의 제품을 보유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동 서비스 연결에 나선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판촉 차원의 접근이다. 이때는 현대차를 가지고 있어야 이동 서비스 제공자(운전자)가 될 수 있고, 카풀 대비 저렴한 수수료가 장점으로 활용된다. 게다가 이미 판매돼 운행되는 현대차의 규모를 감안할 때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는 당연히 현대차 모빌리티 사업으로 몰리게 된다. 반면 생존을 위해 카풀 기업은 경쟁을 위해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고, 이는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극단적으로 제조사가 연결 수수료를 0%로 하면 수수료 외에 마땅한 수익이 없는 카풀 등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IT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항목은 '속도'다. 어차피 제조사가 시장에 뛰어드는 구조인 만큼 그에 앞서 수익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 돈으로 직접 제조에 참여해야 기존 자동차회사와 경쟁이 가능한 구조다. 일찌감치 우버 등이 볼보와 손잡고 전동화 된 미래 이동 수단 제조를 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회사의 개별 이동 수단 제조 또한 활발하다. 어차피 제조사 중심의 이동성을 연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이동 수단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푸조가 자전거부터 바이크, 자동차, 드론 등의 이용 서비스를 통합 연결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IT 기업이 여러 제조사들의 이동 수단 보유자를 묶어 연결의 범위를 넓힐 때 기존 완성차회사는 이미 판매한 제조물과 새로 만들어 판매하는 이동 수단 연결에 주력하는 셈이다.

지난 6월, 폭스바겐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전략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직접 제조하고, 연결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여기서 이동 수단이 움직이는 공간은 육상 뿐 아니라 하늘을 포함하며, 이동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이동 수단 제조와 이동 서비스 제공을 하나로 묶는 게 핵심이다. 판매와 이동 서비스를 연결하면 소비자 경험이 확대돼 제품 구매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동 서비스 비용도 낮출 수 있어서다.

그러자 최근 우버가 한국에서 택시를 이동 서비스 파트너로 선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택시가 점차 기능적으로 세분화 된다는 점에서 비용을 더 내더라도 고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가장 대중적인 이동 수단에 고급 서비스 개념이 들어간 이른바 '기능성 택시'를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서비스 연결의 속도 측면에서 가장 빠른 방법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동 서비스는 제조사의 '규모'와 IT 기업의 '속도' 싸움이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집이 큰 자동차 회사의 걸음걸이가 빨라지고 있으니 둘의 경쟁이 점차 흥미로워진다. 과연 미래 이동 서비스 시장은 누가 주도할 것인가? 이미 생존을 내건 경쟁은 시작됐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하이빔]친환경차 주도권, 확산 관건은 '충전시간'▶ [르포]'이동 수단' 세상 드러낸 2018 파리모터쇼▶ [하이빔]자동차, 극강 다이어트의 시대▶ [하이빔]사람과 화물 구분이 없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