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기자] “고정관념과 편견에서부터 시작했죠.”조인성은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에서 안시성의 성주인 양만춘 역을 맡아 안시성민과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5천명의 소수 군대로 20만 대군의 당과 싸우며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사극과는 거리가 있는 ‘미남배우’ 조인성이 만든 고구려 시대 장군 모습이 통할까 싶었지만, 개봉한 지 14일이 된 10월2일, 관객 수 460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어울리느냐 어울리지 않느냐를 너무 따지다 보니까 할 게 없는 거예요. 계속 재벌 2세나 백마 탄 왕자 역할을 해야 하나. 저도 제 자신으로부터의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자기 복제만 하다가 연기 생활이 끝날 수도 있지만, 도전하다가 실패해 끝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도전하다가 끝나는 쪽이 훨씬 낫지 않을까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도전을 해본 건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죠.(웃음)”기존에 준비되어있던 사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캐릭터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조인성은 오히려 단점이자 장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카리스마의 사전적인 의미는 신께서 주신 능력이에요. 호전적인 고구려인들이 양만춘에게 어떤 능력을 봤기에 그를 따랐을까. 무릎 꿇는 지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건 지혜가 될 수도 있고 혜안일 수도 있고 부드러움, 공감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전 공감을 선택했죠.”
현재로서 손익분기점인 관객 수 560만 명을 넘기고 장기 흥행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조인성은 “고구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제가 양만춘의 100%를 연기했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시고 나서 검색창에 양만춘을 쳐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연개소문도 쳐봤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고구려 역사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우리들의 관심을 통해 우리나라 학자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어요.”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던 걸까. “그런 큰 생각은 없었어요. 보통 신인감독님과 작품을 할 땐 시나리오를 굉장히 중요시 봐요. 기획이 좋은 작품들이 있잖아요. 유명하신 감독님들은 전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 ‘그래, 이 터치를 좀 받아볼까’하는 생각에 하기도 하고요. ‘안시성’은 감독님도 좋으셨고, 제작사도 좋았고, 고구려를 다룬다는 점도 새로웠고요. 실제로 고구려 시대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가 곧 제작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제가 제일 첫 번째로 하고 싶기도 했어요.(웃음)”
‘안시성’이 조인성의 배우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될 작품일까. 이에 그는 평가하는 사람들의 자유라고 설명했다.“저에게 ‘안시성’은 그냥 한 작품이에요. 작품을 시작할 때 ‘그래, 내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겠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의도가 있기 때문에 다 들켜요. 의도는 분명히 들키게 되어있거든요. 그냥 ‘안시성’은 좀 힘든, 중압감이 많이 느껴지는 한 작품이었어요.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 조인성은 “만춘이 이름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늦봄이라도 봄을 맞이하잖아요”라며, “연기적으로는 힘을 빼면서 힘을 어디까지 줄 수 있을까를 시험해봤던 경험이었어요. 너무 힘을 빼면 한없이 가볍게 돼요. 또 가볍다는 것을 착각하게 되면 웃겨야한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혼자만의 작업처럼 해봤어요. 근데 감독님이 그걸 딱 알아봐주셔서 제가 부족한 점을 잘 채워주시면서 캐릭터를 완성시켜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니지 않냐”고 말하며 함께 한 동료들과 감독을 향해 감사인사를 전했다.향후 지금보다는 자주 대중들 앞에 서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까. 이에 그는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요.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건 그간 대중들이 배우 조인성을 나쁘지 않게 바라봐줬기 때문이에요. 캐릭터만 분명하게 살아있다면 꼭 타이틀이 아니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영화 ‘1987’에도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잖아요”라며 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냈다.
조인성은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지금 이순간이 행복하단다. 그에게 앞으로 어떤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마흔이 된 조인성이 어떤 모습일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제 신념은 대단한 게 없어요. 사기 치지 말고 남에게 폐 끼치지 말고 해치지 않기. 이 외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모든 걸 할 수 있잖아요. 제 신념을 지키면서 상대방을 좀 더 공감하며, 위화감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사진제공: 아이오케이컴퍼니)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