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혜리, “첫 영화 데뷔작...왜 ‘물괴’여야만 했냐고요?”

입력 2018-09-18 13:20
[임현주 기자] “부담보다는 할 수 있다는 열정으로 시작했어요.”첫 영화 데뷔이자 첫 사극, 거기에 액션까지. 배우 이혜리에게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는 도전 그 자체였다. 극중 호기심 많고 겁이없는 명이 역할을 맡은그는,사극 장르 특유의 말투부터큼지막한 활을 겨누는 액션 신까지영화에 녹아 들기 위해 온 신경을 쏟았다. 9월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혜리와 만나 3개월의 대장정을 들었다.“시사회 날 너무 떨렸어요.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섭기도 하고 설레는 마음이었죠. 제 얼굴이 부끄럽기도 하고 정말 기분이 이상했어요. ‘물괴’가 개봉하기까지 일 년을 기다렸거든요. 정말 설렜던 시간이었어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 평가받을 시간이 다가오니까 긴장감과 압박감이 장난 아니에요. 지금이 절정이죠.(웃음)”하지만 이날 이혜리의 당찬 목소리는 긴장감이 절정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실 첫 영화다보니 영화라는 매체가 부담되면서도 설레는, 굉장한 도전이었어요. 거기에 사극에다가 크리처물이고 액션신도 있고 처음해보는 게 많았던 작품이었죠. 많은 분들이 이렇게 부담될 만한 걸 왜 선택했을까 의아해하실 거예요. 어려움을 극복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왜 ‘물괴’여야만 했을까. “‘물괴’보다 해야 할 게 적고 저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대본을 만났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어쩌면 제가 힘든 길을 스스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당시 ‘물괴’가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읽는데 신 하나하나 상상하면서 읽게 되더라고요. 명이를 연기하는 제 모습도 궁금했어요. 이런 도전의식은 언젠가는 제가 다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지금까지의 활동들을 되돌아보면 도전이 빠졌던 적은 없었어요. 아이돌 출신이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잖아요. 다른 분들이 했을 때보다 잘해내고 싶은 그런 마음들이 매 작품마다 녹아있어요.”이혜리는 첫 사극연기에서 특별히 신경 쓴 점으로 어투를 꼽았다.“‘물괴’가 사극이긴 하지만 명이가 정통 사극의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한양에 살았던 사람도 아니었고 살았던 배경도 산골이지 않나. 또 아버지는 사극 톤의 진지한 말투고, 아재는 현대극까지는 아니지만 편안한 말투를 써요. 그 중간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했죠.”결과가 만족스러웠는지 묻는 질문에 이혜리는 “기자님은 그간 쓰셨던 기사들이 다 만족스러웠냐?”며 특유의 친화력을 내비쳤다. 이어 “생각보다 현실적인 성격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무대나 연기나 예능 모두 만족했던 적이 없다. 영화를 보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지금 찍으면 잘할 수 있는데’ 였다. 이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면 현장에서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찍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활쏘기부터 액션 기본 동작과 고난도 액션, 그리고 최우식과의 로맨스까지. 첫 영화에서 이혜리가 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다. 그중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은 ‘명이의 성장’이었다고.“극중 친엄마가 죽었던 장소에서 나무를 보고 과거 회상 신으로 바뀌어요. 그때 명이는 지금까지 친아빠라고 생각했던 겸이가 친아빠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겸이한테 왜 그 동안 사실을 숨겼냐고, 물괴고 뭐고 상관없이 화를 내거나 회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 명이는 그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참 어른스럽더라고요. 영화의 마지막까지 명이가 겸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 깊어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스토리상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했다고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에피소드나 이야기는 부족했지만, 제가 연기하는 명이는 그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고 싶었어요.”오로지 명이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연기한 선배들의 존재 덕분이었다. 텅 빈 세트장에서 혼자 연기를 해야 했다면 그야말로 ‘멘붕’이었을 거라는 이혜리. 이번 도전이 발판이 되어 다음 작품에서는 강렬한 ‘워맨스(워먼과 로맨스를 합친 신조어)’를 보여주고 싶단다.“‘응답하라’ 때도 그렇고 ‘물괴’도 그렇고 남자들 사이에서 홍일점으로 있는 것도 물론 좋죠. 한번쯤은 여자 또래 배우들이나 선배님들과 함께 해보고 싶어요. 여자들끼리 싸우는 센 영화들 있잖아요. 여자들만의 의리도 보여주는 ‘걸크러시’ ‘워맨스’ 이런 느낌이요. 어느 분과 하고 싶은지는... 무서워서 말 못하겠어요.(웃음)”한편, 영화 ‘물괴’는 9월12일 개봉해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사진제공: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