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hr모놀로그] ‘상류사회’ 수애, 정반대에 매료되다 (인터뷰)

입력 2018-09-08 13:00
[김영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8월29일 개봉작 ‘상류사회’ 수연 役“가서 화면에 찍힌 거나 들여다봐. 좋다고 말한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추접해 보이는지.” 수연(수애)의 말처럼 객관화는 현실을 직시하는 도구다. 그리고 관객은 미술관 관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수연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객관화한다. 수연의 몸무게는 52kg이지만, 그가 가진 욕망의 무게는 그 이상이다.전세를 살아도 강남에 살아야 한다고 꾸역꾸역 들어간 수연은 언제나 위를 바라보고 산다. 때가 오면 놓치지 않을 사람인 남편 태준(박해일)에게 “나는 자기가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때를 만드는 사람이길 바래” 하는 그는 욕망에 몸이 한껏 달아오른 자다.남들에겐 더러운 일이라고 손가락질 받을지언정 아주 당당한 수연은 2등과 1등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욕망의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그러나“사람이고 말이고 씨가 좋아야 돼 씨가” 하는 상류층에게 수연은 혈연 카르텔에 끼워줄 수 없는 몹쓸 씨다. 상류(上流)로의 진입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수연의 욕망은 점차 그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한다.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서 인간의 욕망을 탐구한 수애는, 사실 욕망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래서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결국 수렁에 빠지더라도 회피하지 않는 수연은 멋지고 당당한 이로 배우에게 기억된다. 정반대의 인물로 갈증을 해소한 그의 최근 욕망은 ‘상류사회’의 흥행이다. 배우 수애와 인간 수애의 균형을 찾는 것 또한 그가 욕망하는 바다.평화와 평정이 그의최근 관심사라고 밝힌 수애를 8월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배우의 속성은 비정하다. 선택이 있어야 쓸모가 생긴다. 선택받기 전까지 준비된 사람이고 싶은 배우와 약 1시간(1hr) 동안 나눈 대화를 모놀로그로 재구성했다. 영화 ‘국가대표2’ 이후로 2년 만에 인사드려요. 첫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예요.하하..빨리 뵙고 싶었어요. 빨리 뵙고 싶었는데, 이제야 인사를 드리네요.감독님께서 5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에요. 지난해 4월에 제안을 받았고, 10월에 크랭크 인 했어요. 시간적 여유 덕에많은 준비를 했어요. 치열하게 준비했죠. 사실 지금은 객관적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없어요. 보고 나서 저희끼리는 시나리오보다 잘 나왔다고. 하하하.수연은 욕망을 좇는 여성이에요. 그 욕망을 좇는 동안 그의 민낯이 드러나죠. 감독님께서 제 긴 머리를 좋아하셨어요. 하지만 전 단발이었으면 했어요. 여성성을 피하고 싶었거든요. 스테레오타입을 피해가려고 했고... 그 지점이 분명 수연에게 있다고 생각했어요.의상 피팅을 많이 했어요. 특히 드레수애란 별명을 피하고자 했죠. 오히려 바지를 많이 입고 나와요. 무채색 색깔이 많고요. 표현하고자 한 건 당당함이었어요. 바지 입고 하이힐을 신었을 때 수연의 포즈가 얼마나 당당한가. 그 당당함이 수연의 키워드였어요. 욕망이라는 민낯은 수연의 왜곡된 부분이에요. 하지만 당당하다고 느꼈어요. 손가락질 받을 거 알지만 자기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수연이에요. 결국에는 어떤 수렁에 빠지고, 그럼에도 도망가지 않아요. 회피하지 않아요. 자기 잘못을 다 받아들이는 모습이 당당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본에는 없는 전사가 필요했죠.그가 어떤 식으로 이런 야망을 가지게 됐을까를 고민했어요. 아마 대학 시절엔 욕망이 없었을 거예요...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정도였겠죠. 하지만 상류층에게 박탈감, 열등감, 분노를 느낀 후 그게 아마 욕망으로 변해서 1등을 향해 달려가게 된 거 같아요.수연은 안쓰러운 사람이에요. 이 시대에 행복은 무엇인가를 수연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타워팰리스에 살고, 차는 레인지로버 타고, 남편은 교수고, 본인은 부관장이고. 뭐가 더 필요할까요? 그런데도 1등이 되고 싶어 하잖아요. 학창 시절에 시험 보면 꼭 2, 3등이 울어요. 1등이 못 돼서 분해서 울어요. 감독님께서 그런 심리를 다루고 싶어 하셨어요.전 수연과 달라요. 현실에 순응하는 편이에요. 배우는 선택을 받아요... 그렇기에 선택받기 전까지 준비된 사람이고 싶어요. 수연처럼 무언가를 좇는 건 제가 추구하는 삶은 아니에요. 준비되어 있는 삶이 제 삶이죠. 작품이 없을 때는 내면이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행복한 수애, 단단한 수애. 그게제가 할 수 있는 준비 같아요. 제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배우와 개인의 밸런스(Balance)예요. 비슷한 맥락으로 최근 관심사는 평화와 평정이고요. 초월 명상을 배웠어요. 자신만의 만트라(영적 또는 물리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는 발음, 음절, 낱말 또는 구절을 이르는 말)를 갖고 수련하는 과정이죠. 배우로 열심히 살고 있고, 열심히 살았어요. 또한, 저 수애의 삶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평화와 평정을 찾는 중이에요. 사실 욕망은 저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예요. 솔직히 그동안 피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욕망에 당당히 맞서는 수연이 멋있어 보였고요. 신인 때부터 외유내강 역할에 매력을 느꼈는데, 아마 제 롤 모델을 좇았던 거 같아요. 제가 가지지 못한 표출을 시원하게 보여주는 수연이에요. 왜곡되고 일그러진 욕망일지언정... 그 굴레를 벗어나는 데 매력을 느꼈어요.신인 시절엔 무언가를 욕망할 여유가 없었어요. 연기를 전공한 배우가 아니었어요. 현장에서 바로 주인공으로 투입되는 바람에 늘 긴장하는 배우였죠. 제 앞에 있는게 늘 숙제였고, 그래서 많이 긴장하는 편이었고, 현장에서 즐기지 못하는 배우였어요.‘감기’라는 영화 찍을 때까지 긴장했던 거 같아요. 장혁 선배랑 공연한 영화였는데, 어느 날 선배가 “우리 대본에서 벗어나서 즐겨보자” 하시더라고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혁이 씨도 그렇거든요? 그런 배우 둘이서 상황극 연기를 주거니 받거니 한번 해봤어요. 첫 시도였어요. 연기 배울 때도 안 해봤던.하하. 그때부터 재미를 느꼈어요.1999년에 데뷔했어요. 변하지 않는 생각이 있다면, 대중에게 저 수애가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로 기억됐으면해요. 단아함에 갇히지 않고 그 위에 덧입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만약 이번 작품으로 수식어가 생긴다면, 가장 좋은 건 연기에 근접한 수식어겠죠. 역시 또는 믿고 보는.하하하. 믿고 볼 수 있는 배우 수애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요.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