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BMW코리아, 끝까지 책임지겠다"

입력 2018-08-07 08:33
수정 2018-08-13 10:24
-세계 최고 기술진, 문제 원인 파악-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특단의 조치도 고려

BMW 독일 본사와 한국지사인 BMW코리아가 최근 이슈로 불거진 화재 사고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이 글로벌 대비 유독 화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원인을 파악한 만큼 긴급안전진단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이어 순차적으로 모듈 교체에 나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6일 간담회에서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번 화재 사고를 겪은 사고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BMW그룹 본사에서 이번 사안을 매우 중대하게 다루는 중이고, 본사 그룹 내 다국적 전문가 프로젝트팀이 한국을 방문해 소비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화재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는 가운데 BMW그룹 내 품질과 디젤엔진 분야 최고 책임자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명확한 원인 진단과 해법 그리고 소비자들의 불안감 제거 차원이다. 일부에서 BMW 주차를 거절하는 등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제품 불신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심지어 기자회견 당일 강릉에서 국산 준대형차 화재로 주차타워 내 30여대의 다른 차가 불에 탔음에도 원인으로 BMW가 지목됐을 정도여서사안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한국 내 전문가 추정 원인, 우회적 비판-리콜은 한국이 가장 먼저, 유럽서도 시행 계획

본사는 명확한 이유로 EGR 하드웨어를 지목했다. 2016년 처음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파이프에 구멍이 발생한 문제가 보고된 후 원인 조사를 위한 TFT를 꾸리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는 것. 이에 대해 BMW그룹 요한 에벤비클러 품질부문 총괄은 근본 원인은 EGR 내 냉각수 유출로 지목했다. 하지만 누수가 된다고 모두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화재가 발생하려면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 먼저 주행거리가 많고, 고속 주행이 오래돼야 하며, 배기가스가 재순환 장치를 거치지 않고 흡기 쪽으로 되돌아가는 배기가스 밸브가 열린 상태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누수로 침전된 냉각수의 글리코 물질이 발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4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라도 화재는 극히 드물고, 발화도 불꽃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것인지는 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발화된 경우 침전물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 을 할 수 있어 긴급하게 침전물 제거 작업을 벌이게 된 것으로 설명했다.

해당 문제가 한국에서만 유독 문제로 부각되자 일부 국내 전문가가 주장한 소프트웨어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요한 총괄은 한국과 유럽에서 사용하는 디젤 엔진 소프트웨어는 동일하다며 문제 발생률도 한국이 4기통 디젤엔진 판매 대비 0.1%로 글로벌의 0.12%보다 낮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하루 평균 14건 정도 일어나는 자동차화재 사고에서 유독 BMW만 부각되는 것 자체를 애둘러 반박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자동차화재 사고는 모두 2,700건 정도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승용차는 1,300건에 이르고 나머지는 승합차와 화물차 등이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에서 소비자들이 취해야 할 요령도 당부했다. 화재는 주행 때만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또한 극히 드물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엔진 경고등이 점등하고, 연기가 나거나 타는 냄새가 나면 속도를 줄이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글로벌에서 해당 문제로 운전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원인 파악 후 가장 먼저 한국에서 리콜을 진행키로 결정했고, 유럽은 서비스 조치를 시행하되 리콜은 한국보다 늦게 들어간다는 점도 앞세웠다. 한국 시장을 홀대하는 게 아니라 가장 우선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국토부 조사에도 적극 호응할 것이고, 독일 현지에서 투명하게 원인을 규명하거나 검증할 의지도 있다"며 "특정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10만6,000대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것도 국토부와 논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8월 중순 이전까지 긴급진단을 모두 마치고, 불안해하는 소비자에게 무상 렌터카를 지원하고, 안전진단 후에도 EGR 모듈로 화재가 발생하면 신차로 교환해주겠다"며 "BMW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 소비자 불안감 및 불편 해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BMW코리아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자 이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회사 스스로 화재 이유를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고, 재빠른 후속 조치를 취하는 등의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BMW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여론에서 논란이 일자 뒤늦게 조치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BMW의 리콜 속도와 내용 면에선 문제 해결 의지가 충분히 읽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국내에서 연간 5,000건 정도의 자동차 화재가 발생하는데 지금까지 그 어떤 회사도 화재 원인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화재가 일어난 사안들에 대해 후속 조치를 한 적이 없다"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BMW의 선제적 행동이 오히려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대목은 최근 이슈에 대한 일부 전문가들의 섣부른 원인 추정이다. 다양한 이유가 추정되고 진단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디젤 엔진' 문제임에도 원인을 추정하고 진단한 사람들 대부분이 디젤 엔진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 이번 사안을 지켜본 국내 디젤엔진 권위자 가운데 한 명은 익명을 전제로 "정부가 원인 조사에 10개월이 걸린다고 한 것은 여러 조건의 변수를 두고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BMW가 제시한 4가지 발화 조건이 충족돼도 화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BMW 기술진과 협업해 과학적 실험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함에도 일부 비전문가들이 원인을 추정하면서 소비자 불안이 더욱 조장된 측면도 분명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전체 자동차화재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BMW 뿐 아니라 국산차 및 또 다른 수입차 화재도 정부가 해당 기업 기술진과 협업해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재용 소장은 "자동차화재가 끊이지 않는 만큼 한국이 앞장 서 여러 다양한 차종의 화재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BMW 화재 논란으로 촉발된 자동차화재 문제 해결이 다른 회사, 모든 차종으로 확대될 필요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하이빔]승차 공유 서비스의 어두운 이면▶ [하이빔]3종 저공해차에 의미를 두어야 할까▶ [人터뷰]"미국에 테슬라? 한국에는 에디슨!"▶ [칼럼]테슬라는 주고, 친환경 1t은 안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