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배출가스 등급제, 지금 타는 차 문제 없나

입력 2018-07-23 07:20
-모든 차, 오염물질 배출량 따라 1~5등급 분류-향후 시행될 2부제, 도심 운행 제한 기준 적용

환경부의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제가 자동차 연료 선택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유차 선택율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도입된 배출가스 등급제는 이미 운행되는 차를 포함해 앞으로 판매되는 모든 차가 대상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기준으로 전기 및 수소차는 1등급, 휘발유와 LPG차는 1~5등급(하이브리드차는 1~3등급), 경유차는 3~5등급(하이브리드 포함)으로 분류됐다. 해당 등급 규정은 '환경부'가 제공하는 참고 기준이지만 일종의 자치단체 운행 제한 가이드라는 점에서 파장은 만만치 않다. 이미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이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다양한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 또한 운행 제한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새로 출고되는 휘발유, LPG,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모두 1등급이지만 경유차는 유로6 배출 기준을 충족해도 3등급이다. 디젤차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휘발유차나 LPG차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자신의 차가 몇 등급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적인 유종별 등급 구분은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의 배출량이 기준이다(아래 표 참조). 하지만 유예규정에 따라 제작된 차들도 있다. 즉, 같은 해 인증을 받았어도 제조사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 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닛을 열어 안쪽에 부착된 배출가스 관련 표지판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질소산화물과 (배기관) 탄화수소 기준치 숫자를 더한 값이 등급 구분표의 기준과 비교해 적으면 해당 등급이지만 많으면 다음 등급이 된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은 이 같은 배출가스 등급 제도를 운영하며 등급에 따른 다양한 인센티브 및 패널티를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2016년부터 전기차는 클래스0, 유로5~6 휘발유/LPG/CNG차는 클래스1, 유로5~6 경유차 및 유로4 휘발유차는 클래스2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디젤차는 세 번째 클래스에서 시작하며, 전기차를 제외한 최상위 클래스1에 LPG, CNG 등 가스차가 포함돼 있다. 클래스1이 시내 진입이 무료인 반면 클래스6(1996년 이전 모델)은 시내 진입이 금지되기도 한다. 스페인의 경우 친환경차를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전기차 및 40㎞ 이상의 PHEV는 블루, 40㎞ 이하의 PHEV/하이브리드/LPG/CNG는 블루와 그린으로 분류한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등급 분류를 기준으로 미세먼지 발생 시 운행 2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2부제를 시행할 때 위반하면 22유로(약 2만9,000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다만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LPG, CNG 차와 3인 이상 탑승차, 공무수행차 등은 예외로 두고 있다. 이탈리아 플로렌스도 비슷한 형태의 자동차 운행 2부제를 하고 있으며, 이때에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수소차, LPG 및 CNG 등의 친환경차는 제외한다. 스페인 마드리드시 역시 4단계 경보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며,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수소차)나 하이브리드, LPG/CNG차 등의 친환경차는 예외로 둔다. 새로운 등급규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차나 노후 디젤차 같은 저등급 차가 당장 운행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운행제한은 각 지자체가 결정할 사안으로, 운행제한의 대상과 시행시기, 저등급차 저감장치 부착지원 등 충분한 검토와 의견을 수렴한 뒤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생계형 노후 화물차에 대해서는 저감장치 부착, 조기폐차 지원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급이 낮은 차는 앞으로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따라 각종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서울시다. 올해 전국 최초로 친환경등급제 시행과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개선 대책을 내놓은 서울시는 지난 6월 자동차 친환경등급을 표시하는 라벨 디자인을 하면서 시민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현재 1~2등급 차에는 혼잡통행료 감면, 공영주차장 요금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5등급에는 한양도성 내 운행제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로운 등급규정은 앞으로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운행제한 등의 다양한 지표로 활용될 계획이다. 차 소유주가 자기 차의 등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배출가스 등급정보 시스템(가칭)도 내년 상반기 중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최신 유로6 디젤차도 3등급으로 분류한 이번 등급규정으로 경유차 오너들이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가장 깨끗한 디젤차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2등급의 휘발유차보다 많기에 규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운행제한 못지않게 앞으로의 방향성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제도는 물론 자동차 제조사도 꾸준한 기술개발로 배출가스 자체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기차 보급 못지않게 상대적으로 깨끗한 휘발유차와 LPG차 확대에도 신경을 써야 하며, 소비자 역시 친환경차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재용(한국미래자동차연구소장, 이화여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