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상마찰 오래 끌 이유없다

입력 2018-07-15 17:49
수정 2021-07-21 15:08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 다시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도전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사태가 언제 어디에서 수습될 수 있을 것인가. 미·중 양측이 내놓은 번지르르한 수사(修辭)로 인해 정치가 경제를 만들어 가기보다는 경제가 정치 혹은 정책을 형성해 간다는 평범한 사실을 잊기 쉽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두 가지 상황이 워싱턴의 무역 정책에 골칫거리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있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중시하는 물가상승률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장기 국채와 단기 국채 간 금리 차이가 10년 만에 최소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아지면 경기 침체가 가까워졌다는 징조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금리를 급격히 올린 것이 이 같은 현상을 낳았을지도 모른다.

美물가 상승, 분쟁 막을 수도

미국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지 않으면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지 않다. 이번에는 의류와 가구, TV 부품 등의 품목까지 모두 관세를 부과했다. 인플레이션의 유력한 선행 지표인 국내 임금은 이미 상승하고 있다. 6월엔 민간 부문의 주당 평균 소득이 전년 동월 대비 3% 가까이 상승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이런 추세가 변하지 않는다면 무역전쟁이 확산되지 않더라도 근원 물가상승률이 2019년 중반엔 연 2.5%로 높아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목표로 하는 시기에 미국이 목표 인플레이션율 속박에서 벗어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미·중 무역전쟁의 지속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오히려 우둔한 정책으로 비쳐질 것이다. 원유 가격이 상승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정반대 상황에 처해 있다. 물가 상승은 억제돼 있지만 성장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올 5월까지 고정 자산에 대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에 그치고 있다. 금세기 최악 수준이다. ‘그림자 금융(은행 시스템 밖에서 이뤄지는 금융 거래)’에 대한 단속으로 현금 유동성이 취약한 기업은 곤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수출은 관세 부과로 타격을 받기 전부터 둔화되고 있다.

中은 저성장에 양보 가능성

중국은 성장률이 계속 낮아진다면 다시금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건 과잉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 정책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도 있다. 자칫 정치적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중국은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미·중 무역 마찰에서 실질적인 양보안을 기꺼이 내놓으려 할지도 모른다.

지금 미국과 중국 경제는 위험한 국면에 놓여 있지는 않다. 이는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무역 마찰이 단기적으로 계속 비화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양국의 경제 분위기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어느 나라건 그 상황을 참을 수 없게 된다면 무역전쟁을 서둘러 끝내려 할 것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너새니얼 태플린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When Will Trade Battles End? Watch Economies, Not Politicians’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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