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술핵 보유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18-01-29 18:07
수정 2021-07-21 15: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태세검토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정치적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초안이 유출되자 비판론자들은 미국이 ‘새로운’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에 전율했다. 일부에선 미국이 핵 보유 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성격과 일치하며, 이로 인해 핵전쟁이 벌어져 우리 모두 목숨을 잃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이런 비판들은 모두 오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의 핵무기는 70년 이상 국제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해왔다. 세계가 ‘제2의 핵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태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핵이 더 큰 위협

뉴스를 보면 북한이 가장 큰 핵 위협국이지만, 러시아가 훨씬 큰 전략적 도전을 제기할 수도 있다. 러시아가 공세적으로 변해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 개입하면서 러시아의 전략은 핵무기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됐다. 만약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전쟁을 일으킨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분쟁을 끝내기 위해 조기에 제한적 핵 공격 명령을 내릴 것이다. 러시아는 이 전략을 수천 개의 전술핵무기로 뒷받침하고 있다. 그들은 핵 어뢰나 폭뢰 같은 비밀 병기를 갖고 있으며,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을 위반하는 지상발사순항미사일도 만들고 있다.

한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침공한다. 미국은 NATO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나서지만 러시아는 발틱해의 미 항공모함 전단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수천 명을 죽인다.’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이 전략은 헨리 키신저가 수십 년 전 말한 ‘자살과 항복’처럼 선택의 강요를 의미한다. 적절한 전술핵무기가 없는 미국은 전면적 핵 맞대결과 대학살을 무릅쓰고 탄도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로 보복할 수 있다. 아니면 미국은 전쟁에서 지고 안전보장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면서 물러설 수도 있다.

‘자살 또는 항복’이란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은 미국이 제한적 핵 공격에 맞서 자신의 전략을 갖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를 한두 번 사용하는 게 승리로 가는 길이 아니라 한두 개는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요점은 제한된 핵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다. 푸틴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 길을 걷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핵순항미사일·SLBM 필요

미국은 안타깝게도 이 전략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전술핵무기가 부족하다. 미국은 러시아와 달리 냉전이 끝날 무렵 무기 대부분을 해체했다. 중력투하식 폭탄 몇 백 개가 있지만 러시아의 방공망을 뚫을 가능성이 희박한 비행기로 수송해야만 한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핵순항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다른 대안이다. 이것이 바로 핵태세검토보고서 초안이 요구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비슷한 능력 또는 그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구축돼도 군비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잠수함탑재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이 핵무기를 완전 폐기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공격적인 핵무장 적국들로 가득한 이상 미국은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 글은 매튜 크로닉 미 조지타운대 교수가 ‘The Case for Tactical US Nukes’ 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 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