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도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인터뷰
"소비자들이 중고차 거래에 불신을 갖고 자동차 업계에서도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인정받지 못했던 건 자체적인 역량 강화를 하지 못한 점이 크다는 사실을 시인합니다. 그러나 중고차산업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업계 종사자들이 인정받고, 규모에 걸맞은 소비자 만족도를 갖추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2017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신차는 184만5,000여 대. 같은 기간 중고차 거래를 의미하는 이전 거래는 370만대를 넘어섰다. 거래 대수 기준으로 중고차 시장은 신차의 두 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중고차를 신차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는 부모가 자식에게도 속여 판다'란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업계에서 통용될 정도다.
소병도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사진)의 고민은 중고차 매매사업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다. 중고차 거래가 신차 거래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양적 성장을 거뒀지만 소비자는 물론 업계 종사자 자신들도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중고차 시장을 '자동차매매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중고차 매매업이 당당하게 자동차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는 주요 분야라는 이야기다.
"자동차매매산업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오랜 시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던 사업자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죠.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건 온라인 시장 진출에 기존 업체들이 소극적이었다는 겁니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이 등장한 게 2000년대 초반입니다. 초기에 정보력이나 매물 확보 면에서 유리했던 기존 사업자들이 온라인 시장 초기에 벤치 마킹을 했어야 했는데 속도가 늦은 감이 있죠"
온라인 거래 활성화를 위해 연합회는 지난해 중고차 매물정보 사이트 코리아카마켓(www.koreacarmarket.com)을 정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기존에 중고차 매매사업자들이 공유하던 매물 정보와 가격 등을 일반인들도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 사업자들의 법정 신고에 기반한 정보 관리로 허위매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반영해 거품을 뺐다는 게 연합회의 설명이다.
판매 일선에선 중고차 시장이 너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래량이 늘었어도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럼에도 소 회장은 중고차 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진단한다. 소 회장 본인도 30년 가까이 중고차 매매상사를 운영한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매매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중고차의 품질은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그래도 자동차 자체가 고가이다보니 지금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의 상태로 수리를 해서 되팔곤 했죠. 지금은 중고차 품질 자체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상품의 질이 올라갔다는 점은 시장에 호재가 되겠죠.
단기적으론 올해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이 10/110으로 올라간 점도 매매 사업자들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9/109에서 약 1% 환급액이 올라가는 것인데, 거래 수익률이 악화되는 최근 추세에서 1%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중고차 시장 규모도 크고 중견기업급 업체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중고차매매 업체들은 규모가 작고 시장의 인식도 좋지 않다. 소위 자동차 선진국과 비교해 신차보다 중고차 시장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지 소 회장에게 물었다.
"20년 전 일본 중고차 시장을 방문했을 때 깨끗하고 규모가 큰 매장과 체계 잡힌 시스템을 확인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엔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가) 압도당하는 측면이 있었죠. 지금은, 최소 설비 면에서라도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이 뒤쳐질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시설은 대형 백화점이나 복합몰 형태의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죠. 외형적인 측면에선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도 선진국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문제는 수익적인 측면에선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시설이 화려해지면서 고정비는 늘어났지만 수익이 올라가지 않았어요. 또 업계 종사자들의 사명감도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세금이 무서워서 거래를 자꾸 숨기려 하니 소비자들의 중고차 거래 불신을 키웠죠. 사업자 자신부터 '자동차매매산업'이란 자부심을 갖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수입 업체 인증 증고차 "그저 마케팅 용어일 뿐"-중고차 협회 차원의 보증 제도 정착할 것
최근 중고차 시장을 흔들고 있는 인증 중고차에 대해서도 소 회장은 입을 열었다. 그는 '인증'이란 용어가 마케팅적 수식어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최근 수입차 사업자들이 소위 인증 중고차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증'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유명 수입 브랜드에서 '인증'이란 용어를 쓰니 강한 신뢰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어떤 브랜드도 중고차 품질을 정부에서 인증 받진 않습니다. 자체적인 기준 아래 중고차 품질을 어느 정도 '보증'해주는 것이죠. 마치 정비 업계에서 OEM 부품이 '순정부품'으로 통용되면서 대체부품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그러나 인증 중고차가 시장에 안착했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중고차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래서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한 연합회의 복안을 물었다."연합회 차원에서 공제조합을 결성하려 합니다. 연합회 산하 매매상사들을 대상으로 보증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중고차 품질은 결국 사업자들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소비자가 수긍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주는 '보증'이 중요합니다. 자체적인 네트워크와 정비 협력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보증 서비스를 선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함께 우리나라 중고차 매매사업을 대표하는 양대 조직이다. 소 회장에게 인터뷰 말미에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연합회 활동 계획을 물었다.
"우선 매매업자들의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겠습니다. 투명하고 정직하게 장사를 해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기에 업계에 필요한 정책이나 지원들을 정부에 잘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시장 질서 확립입니다.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바로 잡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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