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접근할 때 근시안적 시선 버려야-환경과 비용, 조율 방법 찾는 게 우선
미세먼지가 다시 논란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오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또한 부처별로 원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 해결책 마련에 혼선만 초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처방을 내리기 전에 원인과 진단을 우선 파악해야 한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미세먼지 원인을 경유차로 돌리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객관적인 근거와 배출 기준, 그리고 통계를 살펴보면 오로지 '경유차'가 주범으로 지목되는 게 옳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전문가들조차 각 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게 다반사인 만큼 보다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중이다.
현재 오염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국가대기오염물질배출량 조사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미세먼지(PM10, PM2.5)를 발생시키는 오염원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분야는 제조업이다. 연간 전체 미세먼지 배출량 16만1,000t 가운데 56%에 달하는 9만t 가량이 산업 현장에서 배출된다. 다음은 비도로이동오염원이 2만8,000t으로 많다. 굴삭기, 지게차, 농기계, 선박, 철도, 항공기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 많은 오염원이 바로 자동차다. 1만9,200t 정도로 비중은 11.9% 가량이다. 이밖에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도 8,100t으로 5.1%를 차지한다.
그런데 앞서 열거된 여러 원인 가운데 정부가 현실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분야는 자동차가 유일하다. 운행과 배출기준 강화 카드를 꺼내들 수 있어서다. 극단적으로 제조 현장의 배출 감소는 공장 가동을 멈추라는 것이고, 비도로이동오염원을 줄이는 것 또한 건물 짓지 말고 농사를 멀리하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조업과 비도로이동오염원은 단속이라는 행정이 미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동차에 정책 초점이 모아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자동차 중에서도 미세먼지를 누가 많이 내뿜는 것일까. 같은 자료에 따르면 화물차가 6,839t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2,367t의 RV다. 뒤를 이어 승합차 435t, 버스 223t, 승용차 81t, 특수차가 74t 등이다. 화물차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차종을 합쳐도 화물차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최근 미세먼지 감축 대책에 화물차는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10년이 넘은 노후 화물차의 대도시 진입이 억제되고, 배출가스 저감 장치 부착이 지원되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화물차의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어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게다가 화물 운행 축소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국가의 물류 동맥을 막는 셈이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온라인 활성화로 물류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화물차의 미세먼지 비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화살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경유 승용차로 모아진다. 미세먼지는 전체의 0.05%인 81t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 자동차 가운데 정책적 카드를 사용할 곳이 승용차 외에는 마땅치 않아서다. 심지어 경유 승용차에 RV를 포함시켜도 비중은 1.52%에 머문다. 전체 등록된 경유 승용차와 RV를 1년 동안 운행 정지 시켜도 줄일 수 있는 미세먼지는 1.52%에 머문다는 의미다. 따라서 제 아무리 경유 승용차 운행을 문제 삼고 정책을 펼쳐도 효과는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환경 단체를 비롯해 정부가 자꾸 경유차를 미세먼지와 연결 시키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정책 카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유 승용차는 화물차보다 등록대수가 월등히 많아도 이용 거리가 짧은 데다 배출가스 감축이 될 때마다 가장 먼저 기준이 적용돼 왔다는 점에서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리기에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다.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과정에서 승용과 상용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경유차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경유차를 미세먼지 이유로 꼽으면서 환경부를 비롯해 친환경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안은 가솔린 및 LPG 구매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솔린의 경우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환경부가 2015년 자동차 배출가스를 실내에서 검사한 결과 가솔린 직분사와 디젤엔진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각각 ㎞당 0.001g과 0.0011g으로 차이는 0.0001g에 불과했다. 물론 미세먼지와 함께 2차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질소산화물까지 살펴보면 가솔린의 질소산화물 배출이 0.011g인 반면 디젤은 0.036g으로 나타나 문제로 떠올랐지만 이를 억제해도 전체적인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LPG 구매를 촉진시킬 수 있지만 이 때는 연료를 통해 거두어가는 유류세액이 이 줄어드는 현상이 걸림돌이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도로이동오염원에서 실질적인 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얻으려면 노후화 된 화물 경유차의 운행을 불편하게 만들어 새 차로 교환토록 하는 방안을 꼽는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10년 이상된 노후 경유차 교체 사업이 진행된 이유다.
여기에 추가로 2부제 등을 더해 운행 억제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운행 억제가 강화되면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다. 자동차 판매와 기름 사용이 동시에 줄어 세수도 감소한다. 가뜩이나 매년 교육과 복지 등에 재원이 추가되는 마당에 정부의 주요 세원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자동차세, 그리고 유류에 부과된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이 줄면 나라 살림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LPG차 확대를 섣불리 못하는 것도 유류세 탓이 적지 않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논란은 단순히 경유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둘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환경을 고려하면 세수에 문제가 생기고, 나라 살림을 생각하면 환경 정책을 일부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놓고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보니 단순히 전기차로 바꾸면 된다는 주장 또한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미세먼지의 경우 전기차도 충전용 전기 발전 단계에서 상당한 양을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석탄화력발전소 비중이 축소되면 전기차의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도 감소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5년 통계청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율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가 여전히 전체 발전의 48.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이용자에게 ‘도로교통이용세(가칭)’를 과세하거나 충전용 전기에 평균 ㎾h당 56.8원(53.1~60.5원/㎾h)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은 분야별로 단기 및 중장기적 접근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단기적으로는 미세먼지 배출이 가장 많은 제조업 현장의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비도로이동오염원과 화물차의 배출가스 기준도 높일 필요가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이동 수단에 과세 부담을 지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동이 필요할 때 자동차보다 상대적으로 배출가스가 적은 이동 수단을 선택하도록 유도하자는 얘기다. 지금처럼 미세먼지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경유차만 언급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편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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