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에 불어 닥친 'MCS' 열풍

입력 2018-01-15 07:40
-다분야 통합 연결 시스템이 가져 올 미래

일반적으로 기계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분야를 어떻게 통합시키고 연결할 것이냐다. 자동차 설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디자인이 고정되면 그에 따라 구동계와 각종 기능, 공기저항 등을 고려한 다분야 통합 설계에 착수한다. 이 때 각 파트를 연결하는 과정을 흔히 '다분야 통합 연결 시스템(Multidisciplinary Connectivity System)'이라고 한다.

2018 CES가 열린 라스베가스 현장의 키워드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앞서 언급한 '다분야 통합 연결 시스템(MCS)'으로 압축할 수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과거 연결이 전자(Electronics) 분야였다면 이후는 사람, 거주, 이동과 관련된 분야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빌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나 스티브 잡스(애플)가 소프트웨어나 디바이스의 미래를 언급했던 기조연설 무대에는 완성차와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사, 그리고 자동차에 접목되려는 새로운 기술 중심 기업의 CEO가 속속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번 CES의 자동차 분야는 '커넥티드(connected)' 또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라는 단어가 거의 모든 기업 부스에 마치 전공필수과목처럼 나열됐다. 여기서 연결의 대상은 사람, 사물, 자동차, 건축, 도시 등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결국 연결이 풍부할수록 사람의 편의를 높여준다는 믿음이 점차 미래 기술을 지배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완성차회사와 이외 자율주행 지능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목표는 같아도 방법은 제각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자동차기업은 자동차를 중심에 놓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지능의 고도화만 이뤄낸다면 자동차기업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미래 이동사회 실현에 빨리 갈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누가 먼저 '다분야 통합 연결'을 완성하느냐가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다분야 통합은 최적 설계의 여러 분야 중 하나인 '다분야 통합 최적설계(Multidisciplinary Design Optimization)'에서 사용되는 말이지만 CES에서 나타난 연결 흐름도 결국은 여러 분야의 통합이니 말이다.

사실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도 복잡하다. 간단하게는 통신이라는 고속도로를 자동차에 연결하는 게 기본이지만 중요한 것은 연결의 고속도로를 오가는 수많은 정보의 종류다. 사람, 사물, 건축 및 도로 등과 자동차를 연결시키는 것도 과정이지만 연결대상(정보)의 '가치(Value)'라는 질적 수준도 중요 항목이다. 여기서 한 가지만 어긋나도 예상치 못한 위험을 초래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회사는 100% 신뢰할 수 없는 기술은 적용하지 않는다. 신뢰가 입증돼야만 여러 목표 가운데 하나인 사고율 0%를 만들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2018 CES에 등장한 수많은 커넥티비티는 사고율 0%에 가까이 가려는 연결의 발전 속도를 가늠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CES 2018에서 현대기아차는 크게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먼저 정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13년 설립한 빅데이터센터 활용 방안이다. 센터 내부의 알고리즘에 따라 정제된 정보는 통신의 고속도로를 이용해 자동차와 연결되고, 이 때 자동차가 받은 정보는 별도의 운영체제(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를 기반으로 자동차 지능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도움을 준다. 두 번째는 정보를 취합한 이후 빠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네트워크 기업인 시스코와 지난해 상반기부터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 중이다. 자동차 자체가 움직이며 정보를 받으며 사람보다 빠른 판단을 내리려면 데이터 처리 속도가 오를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데이터 처리 속도 높이기다. 외부 정보 뿐 아니라 자동차에 부착된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의 하드웨어가 읽어 낸 정보를 취합, 사람보다 빠르게 판단하려면 엄청난 데이터 처리 속도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GPU(Graphical Processing Units)를 이용한 병렬연산에 강점을 가진 엔비디아(NVIDIA)와도 손을 잡았다.

일반적으로 GPU는 공학적 계산뿐 아니라 의공학(Biomechanics)에서도 이미지처리(Image Processing)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의공학에서 사용하는 분야인 CT나 MRI 영상의 이미지처리 또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판단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는데 목적이 있다. 엔비디아가 GPU를 자동차에 접목시켜 실시간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려는 것도 자동차 스스로 판단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목표다. 자율주행, 안전, 연결 등의 여러 정보를 자동차기업이 원하는 만큼 빠르게 처리된다면 이질감 없는 자동차 제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GPU 기반의 데이터처리는 자동차에 적용된 여러 연결 가운데 일부분이다. 하지만 부분들이 모여 최적화가 되고, 결국 최종 목적인 레벨 4단계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이는 곧 '다분야 통합 연결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미래의 자동차를 개발하는 모든 곳에서는 '다분야 통합 연결 시스템' 완성을 위해 부지런히 땀을 흘릴 것이다. '누가, 무엇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통합 연결하는 것이 CES 2018에 모인 자동차기업의 화두였기 때문이다.

라스베가스=박재용(자동차미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