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20일 개봉작 ‘신과함께-죄와 벌’ 강림 役2017년 12월 셋째 주는 한국 영화계의다신 오지 않을한 주였다.사흘간 영화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1987’의 언론시사회가 연달아 개최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과함께 1987’을 완성시킨 배우 하정우가 있었다.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재밌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CJ(엔터테인먼트)의 경쟁”이라고 말했다.하정우는 다작 배우다. 지난 2010년부터현재까지 총 13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 가운데 ‘신과함께-죄와 벌’과 27일 개봉을 앞둔 ‘1987’의 중첩은 ‘다작 시대’를 연 충무로의 지금이 만든 패착이자 아이러니다. 다작 배우에게도 해(害)가 될 수밖에 없다.“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어요. 하와이에 가서 260km를 걷다 왔죠. 일주일 차로 두 영화가 개봉하는 가운데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그는 이틀 연속 언론시사회를 한 기분을 올림픽 결승전을 두 번 치룬 것에 비유한 뒤 중립의 힘듦을 토로했다.“저 혼자만 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어디에도 감정이 가지를 않더라고요. 차라리 ‘신과함께-죄와 벌’이 더 잘 돼야 한다는 치우친 마음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똑같은 스코어가 나오는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만 계속 맴돌아요. 물론 감사한 마음도 있어요. 연말 좋은 시즌에 제가 출연한 두 작품이 걸려 있다는 것에 기쁘고 감사해요.”
‘신과함께-죄와 벌’은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 ‘신과함께’를 은막으로 옮긴 판타지 드라마다. 망자 김자홍(차태현)이 49일 동안 일곱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 이야기에서 하정우는 저승 삼차사를 이끄는 리더 강림을 연기했다. 영화 속 강림은 원작 속 변호사 진기한의 역할을 흡수해 개봉 전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 판이한 두 인물이 합쳐졌으나 이질감이 없었다는 말에 하정우는 “배우가 소화를 잘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원작에서는 진기한이 재판만 진행하고, 강림은 이승에 내려와서 원귀를 쫓잖아요. 두 인물의 연기 톤을 합치는 게 힘들었어요. 위에서는 사극 톤으로 대사하고, 밑에서는 생활 톤으로 대사하고.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두 캐릭터를 합친 냄새가 났죠. 그래서 다시 틀었어요. 심플하고 기능적으로 갔죠. 사족을 없애니까 정리가 되더라고요.”앞서 소개했듯 그는 시쳇말로 ‘열일(열심히 일하다)’하는 배우다. 사후 재판 중 어디에서 고초를 겪을지 묻자 하정우는 극중 나태지옥은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신과함께-죄와 벌’ 같은) 판타지물의 경우는 연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하지만 어렵더라도 도전하고, 도전한 다음 살길을 찾아요. 성향이 그래요. 안 되는 것을 재단하지 않아요. ‘못 해’가 아니라 ‘그럼 어떻게 극복해야 하지?’라고 생각해요.”안 되는 것을 극복하는 성향의 하정우가 기어코 해낸 무엇은 영화 ‘허삼관’이란다. “‘허삼관’은 감독과 배우를 동시에 해낸 작품이에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19년 동안의 표류를 현실화시킨 작품이고요. 시간을 돌이켜보면 정말 저한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줬어요. 영화를 대할 때 신중함도 생겼고, 배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하정우의 연출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최근 아이템을 정했다. 작가를 섭외해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다”라고 알렸다. 영화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은 감독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코리아타운’은 13쪽까지 시나리오를 썼는데, 지금은 킵(Keep)해놓고 있어요. 다른 아이템이 팍 나왔거든요. 운명처럼 다가오는 거 같아요.”하정우는 아이처럼 들뜬 마음을 내비쳤다. 더불어 운명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는 인터뷰 중 그 어떤 말보다 힘을 주어 강조했다. 영화 ‘마들렌’부터 셈하자면 데뷔 15주년을 맞은 배우 하정우. 여전히 영화 속에서 운명을 마주하는 그의 연기를, 연출을 만날 수 있어 관객은 기쁘다. 영화는 12월20일부터 상영 중이다. 12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600만 명, 2편까지 포함한 총제작비 400억 원.+α. ‘운을 읽는 변호사’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마저 손익분기점을 넘었을 정도로 하정우의 필모그래피는 금빛이 넘실댄다. 매번 성공하기에 오히려 슬럼프가 오진 않았을까. 프로그램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나영석 PD는 배우 윤여정의 조언을 예로 들며 실패하는 일이 늦어지는 것을 우려했던 바 있다. 하정우는 “흐름을 잇는 것. 한때 고민했던 부분이다”라고 운을 뗐다.“‘운을 읽는 변호사’라는 책을 읽었어요. 만(萬) 건의 사건 중 단 일(一) 패도 없는 변호사에게 사람들이 물어요. 어떻게 승승장구를 하냐고. 답을 책으로 엮었어요. 기본적인 거 같아요. 원한 사지 않고, 은혜를 갚고, 양보하고. 기본 룰만 지켜나간다면 문제는 없을 거예요. 양보, 감사, 베풂이 순환된다면 행운은 영원히 그의 편일 거라고 생각해요.”그리고 하정우는 만약 더 이상 영화 일을 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때가 온다면 그때가 슬럼프라고 말했다. ‘운을 읽는 변호사’를 읽으라는 말도 덧붙였다. 배우의 성공 비결을 고작 한 권의 책에서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감사와 베풂에 대척되는 욕심을 부리고 싶은 이유는 하정우의 흐름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흐름에 몸을 실은 그의 성공 질주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행운은 감사할 줄 아는 자의 영원이란 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