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자동차 '높이고 늘리는' 튜닝 허용키로
-일부 부품 OEM만 사용 의무...튜닝업계 반발
국토부가 자동차의 높이나 너비 등을 튜닝할 수 있도록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다. 그러나 일부 항목에서 완성차회사의 부품만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법조문에 넣어 튜닝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국토부는 지난 11월29일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 일부를 개정한다고 입법예고하고 18일까지 공고했다. 개정 고시안에서 국토부는 "자동차 소유자가 자동차의 길이・너비 및 높이를 변경하는 외관 튜닝을 할 수 있도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튜닝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주행장치, 동력전달장치 및 연료장치 등을 튜닝할 때 적용하는 세부 기준을 교통안전공단의 업무규정이 아닌 국토교통부 고시에서 규정해 보다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타이어 교체로 차의 너비나 높이가 달라지는 튜닝, 원동기 및 동력전달장치 성능 강화, 4WD 장치 장착, 복륜 타이어, 제동장치의 변경(드럼식에서 디스크식 등), 연료저장장치 추가, 연결 및 견인장치 장착, 물품 적재장치 추가, 배기구 추가 등의 튜닝이 허용된다.
그러나 동시에 4WD 장치, 타이어 복륜 변경, 제동장치 형식 변경 등엔 반드시 '자동차 제작사가 공급한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개정안에 명시했다. 튜닝 작업에 자동차 제작사가 신차 제작에 쓰는 부품만을 써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신설한 것. 튜닝 업계에선 이 부분이 '독소조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튜닝부품을 사용하는데 대기업인 자동차 제조사의 부품을 사용하라는 것은 그동안 튜닝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한 중소 업체들에게 튜닝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결국 튜닝 부품 시장에 대기업의 진출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이는 특정 업체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개정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규정이 없어 불법의 영역이었던 외관 튜닝을 제도 안에 들여오는 게 개정안의 골자이며, 자동차제작사 부품 사용을 의무화한 부분은 이미 실무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규제심사 등을 거쳐 내년 초 발효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개정안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자동차제작사 부품 의무 사용 항목은) 이전에 없던 게 아니라 교통안전공단의 업무규정에 있던 것으로, 업계에선 이미 통용되고 있던 기준"이라며 "안전에 직결된 동력전달장치, 주행장치, 제동장치, 연료장치 등 자동차 주요부품에 대한 튜닝 기준을 공단 업무규정이 아닌 행정규칙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어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4WD 구동장치 등 완성차 업체 부품 사용을 규정한 항목들은 현재 튜닝업체들이 만들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중소업체에서 부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들"이라며 "기존 업체들이 진출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튜닝업계에 피해가 가는 사안이라 보기 어렵고, 이 같은 사실은 업계 종사자분들이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자동차 튜닝 관련 법률은 자동차관리법 제34조(자동차의 튜닝),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제8조 자동차의 구조 및 장치),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제55조 튜닝의 승인대상 및 승인기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55조 3항에 의거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을 고시한다. 교통안전공단의 업무규정은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 제24조에 의거, 자동차 튜닝 세부 업무규정을 수립, 시행한다. 앞서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은 법률 체계 상 하위 규정에서 다루던 항목을 중요성의 이유에 따라 상위 법률에 포함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튜닝 작업에 자동차제작사 부품만 허용하겠다는 조항이 법령 체계에 올라온 자체가 튜닝산업 종사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협회 소속사 관계자는 "특정 튜닝 부품을 반드시 완성차 업체의 것만 쓰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의 진출 가능성을 막고 개발 의지를 꺾는 독소 조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올해 초 튜닝산업 육성을 강하게 외쳤던 국토부가 고작 6개월 만에 이 같은 개정 절차를 강행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올해 5월 해당 개정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 11월 입법예고를 마쳤다.
익명을 요청한 튜닝업체 관계자는 "교통안전공단 업무 규정에 (완성차제작사 부품만 써야한다는 항목과) 비슷한 규정이 있고, 부품 수급 등 현실적인 이유로 실제 OEM(주문자제작방식) 부품을 주로 썼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확히 '완성차 업체 부품만 써야 한다'고 법률로 규정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 번 '완성차 부품 의무화' 조항이 법률에 들어오면, 튜닝 시장 특성 상 다른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권해석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튜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네거티브 규제(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허용된다고 보는 규제)를 도입하겠다던 국토부가 의무항목을 신설했다는 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입수한 교통안전공단 업무지침서와 국토부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안을 비교한 결과 공단 업무지침서엔 '순정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항목이 보일 뿐 자동차제작사 부품만을 써야 한다는 내용은 명시돼있지 않다. 순정부품은 OEM 부품 판촉을 위해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사용해온 용어로, 중소업체들의 부품이나 재생부품 등에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요인이 있어 자동차부품 업계에서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단어다.
한편, 이번 개정안이 튜닝업계에 기회가 된다는 입장도 있다. 국토부 산하 한국자동차튜닝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기존에 없던 규제를 추가한 게 아니라 국토부의 주장대로 자동차 외관 튜닝을 허용하는 게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외관 튜닝은 승인 대상 자체가 아니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신규 튜닝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국토부 규정에 완성차 부품 사용 의무화가 들어간 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를 통해 그동안 활성화 되지 못했던 튜닝 분야에 이목이 집중되고 제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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