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동할 것인가'의 고민이 낳은 공유-이동 목적 달성 방법의 다양화는 필연
전통적 개념에서 자동차는 지금까지 A에서 B까지 사람 또는 화물을 옮기는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본 역할일 뿐 이동의 종류와 특성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역동적 이동을 원했고, 또 다른 소비자는 남들이 밖에서 바라볼 때 부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최고급 이동'을 요구했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적당히 이동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동차 시장은 언제나 고성능차와 고급차, 그리고 다양한 대중적인 제품으로 꾸며졌다. 목적은 같아도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자동차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천차만별이었던 셈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회사 또한 제품을 개발, 생산하면 많이 판매하기 위해 장점 부각에 열중했다. 이동에 있어 경제성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는 효율과 가격을 내세웠고, 이동 과정에서 경제성보다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엔진 및 운동 성능을 앞세워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과시욕(?)이 넘치는 소비자에게는 '당신이 이 차를 타면 다른 사람에게 신분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자동차의 본질적인 기능은 '이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의 다양화'는 분명 차이점이다. 이동을 하되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바로 '어떻게?'라는 질문이 새로운 사업을 속속 일으키고 있다.
이동에 있어 '어떻게?'라는 질문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먼저 이동 수단의 다양화다. 자동차 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이동수단, 대중교통, 항공, 철도 등 A에서 B까지 이동하는 모든 사물이 한 마디로 이동 수단이고, 여기서 '어떻게?'라는 것은 어떤 이동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하나를 고를 수도 있고, 여러 이동 수단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동 수단 선택을 바꾸는 조건이 있다. 바로 시간과 거리, 비용이다. 예를 들어 항공 기를 예매할 때 대기 시간이 길면 비용이 내려가는 것처럼 이동 수단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이 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기업의 경쟁력은 같은 거리를 이동하되 시간을 줄여주는 일이다. 그래야 비용 또한 떨어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시간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이는 정보의 연결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의 교통상황, 과거의 교통상황, 그리고 특정 날씨와 조건에 따른 교통상황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이동 시간의 정확도를 높일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나아가 이동 수단의 종류도 많이 제공할수록 소비자 선택이 넓어져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최근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여러 기업이 이동 수단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예측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이동 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동 자체의 조건이다. 이동이라는 것은 특정 지역과 용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용도에 따라 이동 방법을 선택하는 일도 다반하다. 출퇴근 카풀을 한다거나 택시를 이용하거나 카셰어링을 선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동하는 방법이 많아지면서 서로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자동차회사도 적극 동참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완성차회사 가운데 대부분이 공유 사업에 참여하고, 용도별 공유에도 적극 나선다. 국내에서도 출퇴근 카풀, 24시간 운행 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공유 사업이 전개되는 것도 이동 방법의 다양화로 볼 수 있다. 제조를 넘어 이동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제조물의 활용 범위가 넓어져 제조 역량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이동 수단 및 방법의 다양화는 또 다른 사업의 주목도를 높이기 마련이다. 바로 자율주행이다. 운행을 통한 수익을 확보하려면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동시에 자율주행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고 위험도 낮아지는 만큼 '어떻게 지능을 높일 것인가'도 함께 진행된다. 그리고 지능을 높이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넣어줘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니 차차리 스스로 학습하도록 끊임없이 주행 시험을 한다. 구글이 웨이모를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
올해 초 폭스바겐이 모이아(MOIA)를 설립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차를 공유하는 회사로, 이른바 폭스바겐 식의 우버(Uber) 사업이다. 1년의 사업 준비 기간을 거쳐 10월부터 독일 하노버에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에 들어간다. 그리고 서비스에 투입될 이동 수단으로 전기차를 선택했다. 이를 통해 도심 내 교통정체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가하면 최근 현대차도 카풀서비스와 손잡고 출퇴근 이동 수단의 공유화를 추진했다. 나아가 공유는 물론 친환경차 아이오닉의 판매 창구로도 활용한다. 공유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른바 이동의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동차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하이빔]법규위반 신고자가 욕먹을 이유는 없다▶ [하이빔]비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놓고 갑론을박▶ [하이빔]자동차 회사가 차를 만들지 않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