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많다고 EV 선진국? '천만에'

입력 2017-11-20 06:50
수정 2017-11-20 13:38
-보조금, 무료번호판 제공으로 전기차 판매급증

-中 소비자 "인센티브 없이 EV 구매 의사 없다"

세계 최대 전기차(EV) 시장인 중국에서 추후 막대한 EV 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EV 판매 증가의 배경이 보조금과 번호판 무상 제공 등 정부의 인센티브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지원이 끊긴다면 중국 소비자들이 EV를 구매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현재 상하이에서는 일반 자동차 번호판 취득을 위해 9만위안(약 1,49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EV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구매하면 번호판이 무료다. 베이징시는 신차 판매대수를 월 2만대로 제한하며 번호판 취득도 추첨을 거친다. 인구 2,200만에 달하는 베이징에서 번호판 취득은 복권 당첨 확률과도 같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그러나 베이징 거주자가 EV를 구입하면 시정부 보조금뿐 아니라 번호판도 쉽게 받을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EV 구매자는 최대 6만6,000위안(약 1,093만원)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매자는 3만위안(약 5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보다 번호판 등록이 쉽다는 점이 강력한 구매 촉진제로 작용하면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45% 급증한 49만대로 집계됐다.

그런데 최근 중국 내에서도 EV 보조금 지급을 위한 재정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 말까지 EV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아가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중국 정부가 EV 보조금을 예정된 일정보다 일찍 끝낼 것으로 전망했고, 상하이에서는 EV 구매자에 대한 자치단제 인센티브를 줄이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보조금 지급으로 무한정 전기차를 늘릴 수는 없어서다.



정부의 보조금 폐지 또는 혜택 축소 발표가 잇따르자 중국 소비자들의 EV 구매 욕구도 시들해질 전망이다. 실제 베이징교통연구소가 소비자 대상으로 EV 구매 의향을 설문한 결과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거주자의 75%는 무료 번호판을 나눠주는 제도가 중단되면 EV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다른 도시에서는 응답자의 90% 이상이 보조금이 종료되면 EV를 사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인센티브와 제도적 혜택이 없으면 EV 수요가 급감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문제는 중국 내 수요와 상관없이 전기차가 지속 생산된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회사에게 오는 2019년부터 매년 일정 대수의 전기차 및 PHEV를 판매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다. 오는 2020년까지 200만대의 EV 판매를 목표로 삼는 중국 정부로선 늘어나는 보조금 부담을 덜기 위해 제조사가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 제조사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초과 생산 여력만 남아 결국 막대한 재고차와 자본이 낭비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비단 이런 문제는 중국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공화당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제공했던 대당 7,500달러(약 825만원)의 보조금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업계의 반발이 나오고 있으며, 한국 또한 환경부가 내년에 목표했던 3만대가 기재부의 재정부담 반대로 1만대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으로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과 기초의료, 복지 등의 지출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전기차 보급은 나라마다 다르게 구성돼야 하는 사안이다. 전기 생산과 보급 및 유통, 제조업의 근간, 그리고 세제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단순하게 전기차 보급 대수가 많다고 전기차 선진국이 아니라 에너지의 생산, 보급, 세제, 산업사회 이해도 등이 얼마나 제대로 맞물려 있느냐를 바라봐야 한다. 중국의 전기차 보급 대수가 많다고 중국을 전기차 선진국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전기차 보조금 사라지면 구매할 사람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는 다른 나라라고 예외가 아니다.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히 이동 수단의 하나로 전기차를 보급하는 게 아니라 보조금 없이도 구매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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