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톡] 당국 규제 피해 미국으로 가는 中 온라인 대출업체

입력 2017-11-06 10:32
수정 2020-07-09 11:11
중국 온라인 P2P(개인간) 대출업체 허신다이(和信貸)가 지난 3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중국 온라인 대출업체론 처음으로 나스닥에 입성한 것입니다. 허신다이는 주당 10달러에 총 500만주를 공모했습니다. 이로써 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2014년 설립된 허신다이의 자본금은 1억500만위안(약 177억원)입니다. 허신다이를 통해 대출을 받은 사람은 5만6200명, 투자한 사람은 11만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영업 수익은 229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7% 늘었습니다.

거래 첫 날 허신다이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22.5% 상승한 12.25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 때 17달러까지 뛰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겠지요.

미국 증시에 진출한 중국 온라인 대출업체는 허신다이가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달 18일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투자해 주목받은 온라인 대출업체 취뎬(趣店)이 뉴욕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를 통해 9억달러(약 1조179억원)를 조달했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 중 가장 큰 IPO 규모여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취뎬 역시 거래 첫 날 주가가 48%나 오르는 대박을 쳤습니다. 두 업체뿐 아니라 이렌다이(YRD), 신얼푸(XRF)도 이미 뉴욕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이들 업체의 성공에 자극받아 미국 증시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대출업체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파이파이다이(拍拍貸) 등 3~4개 업체가 미국 증시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개인의 대출 수요와 투자처가 필요한 투자자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중국에서 P2P 대출 서비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P2P 거래액은 2조638억위안(약 347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처음으로 2조위안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중국 금융당국은 온라인 대출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대출업체를 이용한 소비자 대출이 급증해 금융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9월까지 중국에서 단기 소비자 대출은 1조4900억위안에 달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규모인 8300억위안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결국 온라인 금융에 대한 규제의 칼을 빼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대출 관련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부서들과 협의에 들어갔습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도 온라인 소비자 대출에 대한 종합적인 규제안을 마련 중입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34.9달러까지 올랐던 취뎬의 주가는 26.4달러까지 미끄러졌습니다. 중국 온라인 대출업체들이 앞다퉈 미국으로 달려가는 것은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입니다.

온라인 대출업체의 성공은 경영자와 투자자에게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대다수 중국 네티즌은 소액대출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대출업체의 성공에 “고금리 대금업체의 상장은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온라인 대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누드 대출(누드사진을 담보로 대출), 신분증 대출(신분증을 담보로 대출) 등 불법 소액대출로 인한 피해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실제 취뎬의 대출금리는 중국 법정 한도인 연 36%를 넘습니다. 연 기준으로 최고 150% 이상의 이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뤄민 취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강제 추심을 하지 않는다. 대출금을 갚으라고 독촉 전화를 한 일도 없다. 고객이 돈을 안 갚으면 그냥 선물로 준 셈 치고 있다”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중국 핀테크 시장의 성장을 주목하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핀테크 시장 규모가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한국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