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부품 기업, 영국 진출 유도-정책 마련과 지원도 민간 주도로 효과
"수많은 부품 분야에서 한국 기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력, 기술, 생산, 납품까지 영국 정부가 지원을 합니다. 매력적이지 않나요?"
지난 18일 영국 국제통상부가 국내에서 이색(?) 간담회를 열었다. 이른바 '오토모티브 이즈 그레이트 캠페인(Automotive is Great Campaign)'이다. 세계 자동차를 언급할 때 잊혀져(?) 있는 영국 자동차 산업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을 알리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찾은 곳이 한국이다. 대체 한국에서 무엇을 알리겠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설명하면 단순하다.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에게 영국 진출을 유도하는 차원이다. 그런데 무작정 오라는 게 아니라 세제, 기술, 납품, 인력 등의 모든 지원을 영국 정부가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찌감치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자동차 위원회를 만들었고, 필요한 정책을 전문가 집단이 주도적으로 마련해 온 점을 소개하며 영국 투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실제 영국 정부의 조직적인 자동차 지원 정책은 체계적이다. 지난 2009년 자동차 산업 부활을 위해 정부 주도로 자동차 위원회를 만들고, 새로운 자동차 혁신을 위해 '저탄소 사무국'을 별도로 운용했다. 하지만 효율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 위원회의 수장은 민간 전문가를 영입했다. 관료 출신을 임명할 경우 자칫 형식적인(?) 정책 홍수만 쏟아낼 수 있음을 우려한 판단이다. 그리고 위원회와 저탄소국은 협업하되 역할은 철저히 분리했다. 위원회는 기금 조성과 투자 제공, 저탄소 부문은 관련 기업 발굴 및 육성에 집중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저탄소 외에 자율주행 부문을 신설했고, 정부는 지능형 모빌리티 기금을 조성했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작동하면서 영국의 자동차 생산 및 부품 기업은 해마다 고용을 늘렸고, 투자가 이뤄졌다. 한 마디로 기술 기반 정부 주도의 원스톱 유치 전략이 성공을 거두는 셈이다.
물론 현재 영국 국적의 자동차 회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개의치 않는다. 소유주만 달라졌을 뿐 공장은 그대로 영국에 있고, 영국 사람들이 일을 해서 영국에 세금을 내면 된다는 생각 뿐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기술 인력 양성과 연구 단지 조성, 이를 통해 개발된 기술의 오픈 등에만 초점을 맞춘다. 제이 내글리 영국 국제통상부 자동차부문 담당은 "세계 10대 대학 가운데 4개 대학이 영국에 있고, F1 팀의 절반이 영국에 있으며, 영국 정부가 기술 개발과 정책 지원을 한다"며 "누구든 영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면 지원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런 활동은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최근 자동차 경량화의 주요 소재인 탄소 복합체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어차피 한국도 글로벌 탄소 배출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자동차 부품부터 완성차까지 탄소섬유 사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프랑스 또한 정부 주도로 탄소섬유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만큼 진출을 적극 독려한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완성차 회사와 납품도 연결해준다.
이런 제도를 통해 국내 부품 회사의 활발한 해외 진출이 이뤄진다면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계산법은 조금 다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한국을 주요 타깃 국가로 선정한 것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주목한 탓이다. 부품 회사의 특정 완성차 의존도가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차가 기침하면 의존도가 절대적인 부품 협력사는 링거를 맞아야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를 경청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국내 부품 기업이 일찍부터 부품 공급 다변화에 나서지 않은 점도 한국을 찾은 배경이 됐다. 결국 부품 회사의 위기를 예방하려면 해외 진출이 필요하고, 이때는 영국이나 프랑스로 오라는 손짓이다.
하지만 부품사의 해외 진출은 그만큼 국내 일자리를 오히려 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자리도 이제 해외와 경쟁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국내의 제도적 지원을 보면 경쟁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한국의 자동차 제도나 정책은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관료들만의 탁상 행정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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