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벤츠가 생각하는 자율주행이란?

입력 2017-09-19 10:51
-똑똑한 로봇카(Robotcar)가의 등장 실현-소프트웨어 직접 개발로 독보적 지위 확보

메르세데스 벤츠가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적극 행보에 나섰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는 부품업체로부터 사오지만 이들을 통합,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야 자율주행차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벤츠가 소프트웨어에 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른바 하드웨어라는 '감각기관'이 파악한 정보를 최적화 된 알고리즘으로 풀어내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사람에 비유하면 '똑똑한 뇌'’를 만들겠다는 것이며, 최근 미래 산업 트렌드를 반영하면 인공지능(AI) 제작에 나선다는 뜻이다. 벤츠의 자율주행 개발을 이끌고 있는 헤프너 박사는 2017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벤츠 제품에 적용할 인공지능은 다른 회사는 물론 자동차 이외 산업에도 제공할 수 있고, 2020년 초에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물론 여기에 학습 기능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150년 제조 기반에 소프트웨어를 접목시켜 제조와 IT 통합 기업으로 바꾼다는 얘기다. 그래서 벤츠는 자율주행차를 '로봇카(Robotcar)'로 부른다. 도심에서 탑승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여서다. 첫 상용화 제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스마트 EQ 컨셉트처럼 스티어링과 페달이 없다. 독일 정부와 함께 독일법, 국제법을 면밀히 검토해 제조사와 운전자의 법적 책임 분담을 명확히 나누는 배경이다. 자율주행차 사고와 관련, 제조사가 교통 및 작동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소비자가 유지 관리 및 사용 책임으로 구분하는 식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등장에 따른 비용 부담은 어쩔 수 없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한다. 갖가지 정보를 연결하고, 통합 제어에 필요한 비용이 적지 않아 실제 보급형 자율주행차라도 가격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벤츠는 인간과 자동차의 운전 선택이 가능한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에 자신감을 피력한다. 4단계와 5단계의 컨셉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3단계 과정을 아무 문제없이 수행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논리다. 헤프너 박사는 "로봇카는 이미 개발 중이며 2023년 내놓을 계획이지만 3단계 자율주행차조차 아직 법률 확정이 아직 안됐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사고율 '0%'에 이르기까지 책임소재를 명확히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벤츠는 기본적으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이동의 근본 개념이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미 IT업체와 협력의 문을 개방했다. 그래야 내부 역량 또한 커진다는 믿음에서다. 특히 자율주행은 지도 정보와 클라우드 기술이 중요한 만큼 3D 지도 전문업체인 히어(Here)와 함께 세세한 지리 정보를 파악 중이다. 헤프너 박사는 "자동차 스스로 이동하고, 스스로 주차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모든 자동차회사들의 목적과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는 만큼 이 분야 또한 벤츠는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도 벤츠의 행보는 빠르다. 우선 수입차로는 드물게 KT와 손잡고 통신 기반의 외부 정보 연결 조건은 갖췄다. 시작은 애프터 서비스의 편의성 향상이지만 차츰 이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i콜(Information Call)' 기능을 통해 목적지 문의 및 연결, 주변 맛집 검색 등 개인 비서 기능의 프리미엄 컨시어지 서비스를 넣은 게 대표적이다. 150년 동안 내연기관 분야의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온 시대에서 벗어나 자동차를 '로봇'으로 인식, 발전시켜 나가는 셈이다. 동력을 만드는 에너지의 전환이 산업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면 자율주행차는 소비자의 이동 패턴을 바꾸는 일이다. 벤츠가 이동의 개념을 달리 해석하는 배경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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