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기차, 다 좋은데 중고차 퇴로 만들어야

입력 2017-09-04 09:19
수정 2017-09-24 21:08
-EV 중고 잔존가치 높일 방법 찾아야-이동수단 외 배터리 활용도 고려 필요

흔히 중고차 가치를 결정하는 3대 요소로 '연식, 주행거리, 사고유무'를 꼽는다. 통계적으로 연식이 오래 되면 주행거리도 많은 게 일반적이지만두 항목이 항상 비례하는 건아니다. 엔진 성능과 연식 및 주행거리 관계도 마찬가지다.따라서 중고차가격 산정은 매우 복합적이고, 주관적 판단의 개입 요소가 큰만큼 소비자와 판매자 간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1970년 미국의 이론경제학자 조지 애거로프는 중고차시장의 가치 산정과 소비자 간의 끊임없는 불공정 거래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계량경제학 저널에 '레몬시장'이라는 개념으로 발표했다. 레몬시장이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시장으로, 판매자는 제품의 속성과 품질을 잘 알지만 소비자는 이를 전혀 모르는 거래를 의미한다. 또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품질이 낮은 제품을 고가에 판매할 때 시장에 남는 건 사회적 효용성 저하와 소비자 불신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국내 중고차시장도 레몬시장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적정한 가격이다. 그래서 중고차 구입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객관적인 가격 산정 지표를 만들기 위해애써 왔다. 그러나 신차와 달리 시간 및 주행거리에 따른 품질 균일화가 불가능해 완벽한 가치 산정은 여전히 장벽으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보급된 지 3년이 지난 전기차가 중고차시장에 나오면서 보급에 앞장섰던 지방자치단체의 주름이 늘고 있다. 가치 산정을 어떻게해야 할 지 난감해서다. 물론 주행거리와 연식, 사고유무는 내연기관 기준을 따르면 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이 관건이다. 게다가 3년 전 등장한 전기차는 주행거리도 짧아 잦은 충전이 불가피하다. 차라리 폐차 후 배터리를 회수,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불과 3년만에 폐차는 자원낭비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이런 문제는 해외라고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중고차가치평가업체인 켈리블루북은 전기차의 경우 중고차시장에서 인기를 얻기 어렵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난 전기차가 등장할 수밖에 없어서다. 잦은 충전의 번거로움을 감수할 만큼 소비자에게 경제적 혜택이 없다.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가 중고차가격을 회사가 직접 지원해준다는 방침을 밝힌 배경도 이런 가치 하락과 무관치 않다.

배터리를 새 것으로 바꾸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제조사가 반대한다. 중고차에 배터리를 교체하면 한 마디로 성능은 새 것이나 다름없지만 이 경우 배터리 및 전기차제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새 배터리 비용이 만만치 않아 중고차가격이 새 차에 버금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보급은 보조금으로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마땅한 퇴로가 없는 꼴이다.

문제는 EV 중고차 처리방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점차 보급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내연기관 대비 잔존가치의 대폭 하락은 곧 손해를 의미해서다. '환경'은 명분일 뿐 대부분 '친경제'로 접근하는 지금의 전기차 구매패턴에서 경제성 하락은 구매장벽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기차 잔존가치 상승을 위해 다양한 배터리 활용법을 개발할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배터리에 내장한 전기에너지를 이동뿐 아니라 실생활에 접목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잔존가치도 커질것이라고 말이다. 최근 닛산이 EV 리프를 이용해 전기없는 마을을 찾아가 배터리를 활용, 전기를 공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최근 EV의 활용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방전으로 멈춘 전기차를 전기차가 지나가다 충전해주고, 가정용 가전기기에 필요한 전기를 전기차에서 충당하는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그러나여전히 실생활에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 그나마 전기차의 메카로 불리는 제주도가 EV 배터리 활용도를 주목, 올해부터 활용사례 연구에 들어가겠다고 하니 반길 일이다. 퇴로가 없다면 보급도 어려우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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