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현대기아차의 중국 위기 탈출법

입력 2017-06-12 09:47
현대기아차의 외형 성장에서 중국은 꿀이 흐르는 땅이다. 지난 2002년 베이징차와 합작사를 설립한 후 2년 만에 14만대를 판매해 승용차 10위권에 진입했고, 2006년에는 29만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생산시설 확장에 나서 지난해는 230만대, 내년에는 270만대로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가 성장하지만 연간 2,800만대 시장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기업 국적은 한국, 제품 국적은 중국-185만대 한국, 2,800만대 중국...포기할 수 없어

그러나 최근 사드 여파로 중국 내에서 현대기아차의 생산이 심상치 않다. 지난 4월까지 중국 내 생산량은 32만4,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만7,000대와 비교해 40% 가량 떨어졌다. 한 마디로 중국 사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두고 현대기아차의 해외 사업이 삐걱거린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중국에서 줄어든 19만대를 만회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멕시코, 브라질, 인도 등의 판매를 늘렸지만 중국 생산 감소가 워낙 컸던 탓에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해외 생산은 13만대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현대차가 꺼내든 카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중국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중국인을 위한, 중국인에 의한, 중국인의 자동차를 만들어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폭스바겐그룹에서 중국 현지화에만 10년을 매달린 사이먼 로스비(사진) 중국 디자인 총괄을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오랜 시간 중국 전략 제품 개발에 매달린 그를 통해 현대차만의 중국 전략 제품을 만들고, 중국기술연구소 디자이너의 역량을 키워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그래야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 내 토종 브랜드의 발목잡기를 뿌리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속으로 깊이 들어가려는 또 다른 이유는 정치적 영향력의 축소도 담겨 있다. 지금처럼 정치적 이슈로 판매가 흔들리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중국 시장에서만 통용되는 새로운 현지 브랜드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제네시스가 현대차그룹의 최고급으로 군림할 때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빈 공간을 메우며, 중국 현지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높여 토종과 상대하는 그런 전략 말이다. 실제 기아차는 현재보다 가격을 20% 낮춘 중국 내수용 저가 제품 개발에 착수한 지 오래다. 지난해 10월, 광저우모터쇼에서 만났던 중국 기아차 현지법인 관계자는 "저가 제품 다각화가 아니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철저히 중국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폭스바겐, GM, 아우디, BMW, 토요타, 혼다, 닛산 등 모든 해외 기업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중국 전략은 정치보다 시장의 힘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이미 미국을 훌쩍 뛰어넘은 연간 2,800만대 규모는 수 많은 완성차기업의 미래 생존에 있어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어서다. 그리고 여기에는 규모를 앞세워 빠르게 해외 기술을 흡수하려는 중국 정부의 역할도 한 몫 거들고 있다.

현재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자동차굴기를 꿈꾸고 있다. 여러 업체로 난립된 토종 회사 숫자도 오는 2020년 10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덩치를 키운 뒤 이들을 해외로 내보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방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뒤진다면 위기 여파는 중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날아오는 것처럼 중국발 한국차의 위기가 올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게 더 걱정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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