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상 차로를 구분하는 선은 주황색의 중앙선과 흰색의 점선, 실선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흰색 실선은 진로변경을 제한하는 안전표지로 쓰인다. 교차로, 교량, 터널 구간에 주로 표시돼 있으며 고속도로, 간선도로 나들목에선 점선을 곁들여 끼어들기 금지 용도로도 활용된다.
교량, 터널을 진로변경 금지구역으로 설정한 이유는 일반 도로에 비해갓길이 적은 데다 폐쇄되거나 추락 위험이 존재해서다. 게다가 국토의 약 70%가 산으로 이뤄진 지형 조건 탓에 이런 구간은 상당수 산재한다. 산간 지역을 지나는 터널의 경우 길이가 4~5㎞에 육박해 앞지르기나 차로 변경에 대한 제한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구간에서 대형 트럭 같이 비교적 저속으로 주행하는 차를 전방에 두고 달린다면 어떨까? 점선 구간이 나올 때까지 차로를 유지한 채 뒤따라야 합법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전에 많은 차가 실선 구간에서 불가피하게 앞지르기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앞 차가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선 구간에서 차로를 변경하다 적발되면 도로교통법 제14조5항 진로변경위반에 해당돼 범칙금 3만원, 벌점 10점을 부과한다. 사고 발생 시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중과실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나아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차로변경을 적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터널 출입구에 카메라를 설치, 통과한 차의 차로가 바뀔 경우 이를 단속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적절한 시기나 상황에서 차로 이동이 허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차로 준수가 오히려 흐름을 방해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움직임도 있다. 지난해 11월 개통한 상주-영덕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6개 터널에선 진로변경이 허용된다. 무리한 조향이 필요 없는 직선구간인데다 밝은 조명과 안전시설을 확보한 덕분이다.
그러자 1㎞ 이상 터널의 진로변경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시설을 갖추면 문제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게다가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터널, 교량 구간은 진로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의 성능과 교통안전 기술이 향상됐지만 많은 정책이 아직도 수십 년 전 기준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범법자의 생산보다 안전을 기반으로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시대를 반영한 융통성이 요구된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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