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리콜, 호재와 악재의 양면성

입력 2017-04-28 07:53
현대기아자동차 리콜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리콜을 권고한 다섯 건에 대해서 현대차가 '수용 불가'란 입장을 밝혔기때문이다. 완성차 업체가 국토부의 리콜 권고를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국토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기존의 입장을 변경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리콜은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소비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화두다. 그럼에도자동차에서 특히민감한 것은소비재 중 집을 제외한 가장 고가의 제품일 뿐 아니라안전 민감도가 높은 공산품이어서다.물론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소비자에게 인도되기 이전 완벽한 품질을 갖추는 것이지만부품만 2~3만개에 달하는 만큼 크고 작은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미래의 창, 2017)'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미국은 900여건에 달하는 리콜을 시행했고 이에 따라5,130만대가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그 해 판매된 신차 1,750만여대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연간 리콜 건수를 신차 대수와 연관시켜보면 리콜 비율이 도출되는데 292%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독일은 신차 100대 중 52대를 리콜해 52%의 비율을 기록했다. 한국도 지난 2015년184만7,102대가 신차 등록됐고, 리콜대수는 103만4,044대다(국토부 통계)로56% 수준에 달한다.

이처럼 잦은 리콜은 국내외에서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재 진행형이다.게다가 각종 안전·편의품목이 증가하고 첨단 센서와 카메라 등 전장부품이 추가되면서 자동차 결함 건수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에는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조사가 잘못을 부정하고 소비자는 비난부터 퍼붓는게 대부분이다.합리적 접점을 찾는 일에 인색하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국내에서 현대차의 세타2 엔진 리콜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제조사는 '리콜 대상 엔진에문제가 있으면 점검 후교체하겠다'는 입장인 반면소비자는 리콜 대상이면 모두가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이런 가운데 지난 2004년 벤츠의 리콜이 화제가 되고 있다.당시 벤츠는 유압 장치 결함으로 독일에서 225만대를 리콜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공장에 재입고된 리콜 대상 중 유압 장치를 교환한 차는 450대에 불과했다. 리콜 대상은범위를 넓혔지만리콜 조치는극히 적었던 셈이다. 지난주 리콜을 발표한 테슬라 역시 지난해 전체 생산대수의 3분의2 이상인 5만3,000대를 리콜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결함이 있어 교체가 필요한 차는5%, 적으면 2% 내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리콜의 '대상'과'조치'에 대한 이해 충돌에서벌어지는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제조사는 결함이 발견됐다면 신속히 인정하고 시정 조치해야 한다. 이미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사례에서 보듯숨기려 할수록 일은 커지고 수습하기 어려워질 뿐이다. 특히 최근 리콜 흐름은 자동차의 '결함' 자체보다해결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다.솔직하고 진솔하게 대응할수록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선택받을 수 있어서다.이를 더욱 견고하고 하자없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을 수 있다.

반면 리콜을 대하는 소비자의 자세 또한중요하다. '리콜'이라면부정적으로만 여기는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자동차도 하나의 소비재라는 점, 결함이 있으면 리콜로 수리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리콜의활성화는 자동차 문화의 성숙 단계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한국도 점차 시장의 성숙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리콜의 '대상'과 '조치'에 대한 이해 충돌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번 현대기아차의 리콜 수용 거부는 어떻게 상황이 진행될 지 지켜봐야 한다. 제조사는 안전상 결함이 없다는 입장이고 국토부는 철저한 조사를 거친 만큼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하지만 중요한것은양측 모두 주장에 대한 근거가 소비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리콜 대상만 지정할 뿐 리콜을 하는 곳은 제조사이고, 리콜을 받는 사람은 소비자이니 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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