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인턴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연기꾼 정우와 강하늘이 스크린에서만난다.영화 ‘재심(감독 김태윤)’ 언론시사회가 2월2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태윤 감독,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한재영이 참석했다.‘재심’은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다시 한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드라마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실화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스토리가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이와 관련 ‘재심’이 세 번째 연출작이지만 이번처럼 떨린 적이 없었다는 김태윤 감독은 “전작 ‘또 하나의 약속’ 이후로 사회에 관심이 많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데, 사실은 평범한 사람”이라며, “이번 ‘재심’을 연출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지인의 권유가 시작이었다”고 운을 뗐다.이어 그는 “지인의 ‘너무나 억울한 사연이니 당신이 영화를 만들어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듣고, 지금은 없어진 SBS ‘현장 21’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을 봤다. 당시만 하더라도 차기작은 일반적인 상업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럼에도 사연이 너무 기가 막히고 안타까워 한 번만 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출 동기를 밝혔다.이에 돈 없고 배경 없는 변호사 이준영을 연기하는 정우는 “저는 ‘재심’도 그랬지만 매번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시나리오에 제일 중점을 둔다”며, “김태윤 감독이 쓰신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야기의 힘을 많이 느꼈다. 특히, 그런 일을 겪지 않았는데도 캐릭터들의 감정에 대해서 많이 공감했다”고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을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피의자 현우를 통해 영화 ‘동주’에 이어 또다시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한 강하늘은 “작품을 선택하는 요인 중 제일 큰 것은 시나리오다. ‘약촌 오거리’ 사건이 텔레비전에 방영됐을 당시에 저 또한 다른 이들과 같은 분노하는 시청자였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그는 “그때부터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영화의 시나리오가 제게 왔을 때 당연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정도로 잘 써진 시나리오였기에 출연을 결정했다”며 운명 같은 출연 뒷이야기를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영화의 배경이 되는 ‘약촌 오거리’ 사건(2000년 08월10일)은 목격자를 살인자로 둔갑시켰던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이 3년 후 체포된 유력 용의자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회에 풀어주었던 믿기 힘든 사건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대사 하나, 신 하나가 부담됐을 제작진에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라는 사실은 상상할 수 없는 걱정으로 다가왔을 터. 이 가운데 작품이그러한 무게감에 짓눌려 쓰러지지 않도록, 러닝 타임 내내올 라운드 플레이어로활약한 정우와 강하늘의 소화력이 무엇보다 돋보였다.이에, 맞춤 옷을 입은 듯한 명연기를 선보인 두 배우의 캐스팅 배경에 기자들의 관심이 모였다.
김태윤 감독은 “보셨다시피 ‘재심’에서 정우가 연기하는 변호사 이준영은 독특하다”며, “일반적으로 재판을 다루는 영화는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변호사가 등장하는데, ‘재심’은 그렇지 않다. 이준영의 모티브가 되는 박준영 변호사에게서 많은 것을 따왔는데, 실제로 그는 어떻게 보면 오해를 받겠다 싶은 변호사였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준영은 후반에는 달라지지만, 시작은 얄밉고 비호감일 수 있는 캐릭터로 완성됐다. 초반의 안티 히어로 같은 점과 후반의 진심이 돋보이는 점을 연기력으로 꾸밀 수 있는 배우를 찾던 중 정우에게 시나리오를 보내게 됐다”고 정우를 기용한 비하인트 스토리를 공개했다.또, 그는 “지금은 친동생처럼 가까워졌지만, 강하늘이 연기하는 실제 피의자를 봤을 때 겉모습에 겁을 먹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관객이 현우라는 캐릭터를 봤을 때 오해와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연기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응어리가 풀리며 자기 본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연기자에 초점을 맞췄고, 영화 ‘동주’를 보고 강하늘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며 캐스팅의 배경을 밝혔다.‘재심’의 주연은 정우와 강하늘이지만, 두 배우의 앙상블만이 작품을 채웠던 것은 아니다. 대체 불가능한 카멜레온 매력을 지닌 김해숙과 놀라운 신인에서 최고의 신스틸러로 우뚝 선 이동휘 그리고 충무로에 없어서는 안 될 보석 이경영 또한 각자 제 자리에서 ‘재심’을 빛냈다.
이 중 아들 현우의 무죄를 확신하고 고군분투하는 엄마 순임을 연기한 김해숙은 “다른 영화와 달리 ‘재심’은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며, “분량이 많아서 역할을 설명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면 도움이 되고 편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이어 그는 “순임이라는 캐릭터는 눈이 멀고,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들까지 너무도 억울한 운명을 가지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자식을 잃은 엄마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있다. 제 나름대로 ‘이랬을 거다’고 생각하며 풀어냈지만, 여태까지 연기했던 엄마 역할보다 과정이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처럼 ‘재심’ 언론시사회는 감독이 소개하는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는 활발한 이야기 속에 출연진의 연기만큼 뜨거운 열기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정우는 “많은 욕심이 났던 작품이다. 그렇기에 긴장도 됐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좋은 시나리오와 더불어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며, “저한테 이 영화를 책임지라고 부담을 주셨던 분은 한 분도 안 계셨지만, 나름대로 저 스스로가 그런 마음을 다짐하며 연기에 임했다”고 덧붙였다.한편, 영화 ‘재심’은 16일 개봉 예정이다.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